하닉 40조·삼전 100조 환원 '흥분한 개미'…"추세 상승, 본업에 달렸다"
자사주 매수는 '주가 지지판'...삼성, 금산법 감안 '소각보다 배당' 유력
JP모건 "반도체주 콜"에도…HBM 성장·빅테크 실적·미국채 금리 체크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주가의 하단을 강하게 지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주주환원 기대만으로 섣불리 목표주가를 올리기보다는 향후 실적과 현금흐름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2.73% 상승한 169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9.49% 오른 27만 1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이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 종목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1월 19일까지 약 40조 원을 투입해 자사주 2407만 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뒤 소각할 예정이다.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루 최대 매수 주문 한도는 240만 7000주다. 최대 한도만 적용하면 약 10거래일 만에 매입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가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취득 기간 동안 분산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부터 지난 19일까지 SK하이닉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약 519만 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개월에 걸쳐 균등하게 매입할 경우 하루 약 60만 주의 매수 수요가 발생한다. 일평균 거래량의 10%를 웃도는 규모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일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수에는 가격과 수량 등에 일정한 제한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가 상승하는 날에는 예정된 물량을 모두 매입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매입 여력이 커진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수단이라기보다 매입 기간 일정한 매수 수요를 제공하면서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이번 40조원 규모 매입·소각에 그치지 않고 주주환원 규모를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JP모건은 이번 4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과 최소 배당, 앞서 발표한 소각 등을 제외하더라도 2027년까지 최소 180조 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 여력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 275만 원을 유지하며 "주식을 매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2025~2027년 SK하이닉스의 누적 FCF 50%를 약 220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미 환원한 금액을 제외해도 현재 시가총액의 15% 이상이 추가 주주환원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의 크기와 기간은 이익 지속성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한 경영진의 대답"이라며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키옥시아, 샌디스크 등 메모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이번 사이클의 진행 양상과 이익 수준을 과거와 다르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은 주가의 하방을 막고 상승 여력을 부각시키는 촉매"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00만원을 유지했다.
시장 관심은 이제 삼성전자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종료되는 만큼 특별배당 등을 포함한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024~2026년 누적 FCF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기존 정책에 따라 최소 100조 원을 웃도는 특별배당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와 달리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는 현금배당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사주 소각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삼성생명보험(032830)과 삼성화재(000810)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져 금산법상 규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2024~2026년 누적 FCF의 50% 주주환원 정책을 감안할 경우 특별배당 규모가 최소 1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대규모 주주환원은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규모 주주환원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긍정적이지만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주주환원 정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주주환원은 주가 하방을 지지할 수 있지만 추가 상승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본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HBM 시장의 성장과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앞으로도 이익과 현금흐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의 배경이 됐던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 역시 결국 AI 투자의 수익성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AI 투자가 현재 금리를 감당하면서 향후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최근 실적을 고려하면 AI 투자 회수 기간이 3년 이내가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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