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합치면 상폐 피하나요?"…'동전주' 기업들 액면병합 안간힘
거래소, 관리종목 30곳 신규 지정…15곳 액면병합·감자 추진
주가만 높이고 시가총액 '그대로'…병합 종목 83% 주가 하락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 본격 적용되면서 이른바 '동전주' 기업들이 액면병합을 통해 주당 가격 높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당 가격만 기계적으로 높이는 액면병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13일 주가나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한 30개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미 관리종목이던 6개 종목에는 지정 사유가 추가됐다.
이후에도 지정은 이어졌다. 인지디스플레는 14일 주가 미달로 관리종목에 신규 지정됐다. 지난 10일 시가총액 미달로 먼저 관리종목에 지정됐던 에이엔피에는 주가 미달 사유가 추가됐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개정 상장 규정에 따라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0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200억 원에 30거래일 연속 미달해도 마찬가지다. 내년부터 시가총액 기준은 각각 500억 원과 300억 원으로 높아진다.
관리종목 지정이 곧바로 상장폐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정 이후 90거래일 안에 주가나 시가총액이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웃돌면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상장사들은 여러 주를 한 주로 합치는 액면병합을 통해 '1000원 선' 넘기에 나섰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관리종목 지정 또는 지정 사유가 추가된 36개 종목 가운데 15개 기업이 액면병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주가 미달로 추가 지정된 인지디스플레도 주식병합을 추진 중이다.
액면병합은 여러 주를 한 주로 합쳐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액면가 500원인 주식 5주를 한 주로 합치면 병합 후 액면가는 2500원, 이론상 주가는 병합 전의 5배가 된다. 다만 주식 수도 5분의 1로 줄어 병합 자체로 주주 지분가치와 기업 시가총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코스닥 상장사 샤페론은 지난 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5주를 액면가 2500원인 보통주 1주로 합치는 병합안을 의결했다. 병합 효력 발생일은 다음 달 8일, 변경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29일이다. 샤페론은 주주 공지를 통해 "재상장 이후 요건에서 벗어나 12월 초 관리종목 지정이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합 후 주가가 1000원을 넘는다고 주가 미달 사유가 무조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규정 우회를 막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새 액면가를 밑도는 경우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했다.
기존 관리종목도 액면병합으로 주가 미달 사유를 해소할 수는 있지만 기존 지정 사유가 따로 남아 있다면 관리종목 자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원풍물산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5대 1 주식병합안을 의결하고 5월 변경상장을 마쳤지만 이후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데 이어 주가 미달 사유까지 추가됐다.
시가총액 미달 기업에는 액면병합의 한계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전자홀딩스와 대원화성, 남성, 한탑, 패션플랫폼 등은 올해 주식병합 결정을 공시했지만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해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액면병합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상장폐지 개혁 방안이 발표된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추진된 액면병합은 총 27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과 2025년 비슷한 기간 각각 5건과 12건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병합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 한화증권이 병합 신주 상장을 마친 156건을 분석한 결과 130건(83.3%)은 지난달 15일 기준 주가가 변경상장일보다 낮았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병합은 일시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더라도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모면했다면 병합 비율만큼 주가가 기계적으로 상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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