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학개미 2조 들고왔더니 '국장 와르르'…삼전닉스 1.1조 베팅했다 비명

상위 10개 대형주에 해외주식 매도 자금 대부분 투자
7월 국내자산 잔고, 전월보다 2873억 감소…"평가손 추정"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박승희 기자 = 국내시장복귀계좌(RIA)로 해외자산을 납입한 '서학개미'가 지난 7월 증시 급락기에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 RIA 계좌 납입금액 2조 원 가운데 1조 1300억 원을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에 집중 투자해 피해가 더 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RIA 계좌 잔고 기준 상위 10개 사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6420억 원)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도 4938억 원 사들였다.

두 종목의 매수금액을 합하면 1조 1358억 원으로 지난달 말까지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RIA에 납입한 누적 금액 1조 9565억 원의 58%에 달한다.

이어 현대차(005380)(968억 원), 삼성전기(009150)(803억 원), KODEX 200(605억 원), SOL AI반도체 TOP2플러스(552억 원) 순으로 많이 매수했다.

상위 10개 종목의 매수금액은 총 1조 6115억 원이다. 지난달 말 RIA의 국내자산 잔고가 1조 6739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 자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됐다.

문제는 RIA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월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6월 말 1조 9612억 원이던 RIA의 국내자산 잔고는 7월 말 1조 6739억 원으로 한 달 만에 2873억 원 감소했다. 첫 감소세다. 같은 기간 누적 납입금액은 1조 8735억 원에서 1조 9565억 원으로 오히려 830억 원 증가했다.

RIA 계좌는 국내 자산 '1년 보유' 조건이 있는 만큼 주식을 매도한 것보다는 평가손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예탁금도 3090억 원에서 2614억 원으로 줄었다. 주식을 오히려 추가매수 했지만 손실이 커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RIA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SK하이닉스는 7월 한 달 동안 약 35.2% 급락했고 삼성전자 역시 21.4% 내렸다. 두 종목에만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집중된 만큼 반도체주 급락이 RIA 계좌의 평가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말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 누적 납입금액은 1조 8735억 원이었지만 국내 자산 잔고는 이보다 877억 원 많은 1조 9612억 원이었다. 반면 7월 말에는 누적 납입금액이 늘었음에도 국내자산 잔고는 줄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3월 출시 후 초기에는 해외 자산 매도가 많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면서 이전보다 많이 국내 자산으로 옮겨탔다"며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평가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IA는 이른바 '서학개미 국내 복귀계좌'다. 통상 해외주식 투자자는 연간 양도차익에서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해외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RIA를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23일까지 취득한 해외주식을 RIA로 옮겨 매도한 뒤 매도대금을 국내 상장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금액을 일정 비율 공제해 주기로 했다.

해외주식 매도 결제가 지난 5월 말까지 완료했다면 양도소득금액을 100% 공제받을 수 있었고, 6~7월에는 공제율이 80%로 낮아졌다.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50% 공제율이 적용된다. 해외 주식을 매도해 원화로 바뀌는 순간 세제 혜택 대상이 된다.

예컨대 테슬라에 투자해 1000만 원 이익을 얻었다면 기본공제를 제외하고 165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달부터라도 테슬라를 매도하면 세금은 82만 5000원으로 줄어든다.

주요 10개 증권사 기준 세제 혜택을 앞세워 해외에서 국내 증시로 이동한 자금은 지난달 말 2조 원에 육박했다. 3월 말 988억 원에서 4개월 만에 약 20배 불어났다. 특히 주가가 급등했던 5월에 국장으로 갈아탄 투자자금이 두 배 이상 늘었다.

RIA 가입 계좌는 30만 개를 넘어섰다. 상위 10개 증권사 기준 가입 계좌는 3월 말 7만 8149개에서 5월 말 25만 9336개, 6월 말 29만 956개로 늘어난 데 이어 7월 말 30만 1627개를 기록했다.

아직 RIA 계좌에 남아 있는 해외자산은 3820억 원이다. 해외자산 잔고는 5월 말 6465억 원에서 6월 말 5136억 원, 7월 말 3820억 원으로 감소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