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임박' 믿었다간 낭패…제약·바이오 공시 전면개편

기업가치 산정 표준화…기술이전 계약도 계약금 등 구분 공시
과거 파이프라인 모두 공개…언론보도-공시내용 일치해야

(금융감독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꿈의 항암제 개발 성공 임박", "2조 원 기술 수출". 제약·바이오 기업 관련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지만, 상당수는 임상시험 성공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기술수출 금액도 각종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이 이같이 과장되거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정보로 투자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제약·바이오 공시 체계를 투자자 중심으로 전면 손질한다.

금융감독원은 31일 일반 투자자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성과와 위험요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4~6월 외부 전문가와 업계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은 기업이 장밋빛 전망만 내세우기보다 그 근거와 위험요인을 함께 설명하도록 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의 기업가치 산정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수십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제시했지만, 실제 회사가 공략 가능한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 임상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업들이 예상 시장 규모를 전체 시장과 실제 목표시장으로 구분하고, 임상시험 성공 확률과 허가·심사 리스크, 개발 기간과 소요 비용 등 네 가지 핵심 가정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해야 한다.

기술이전 계약 공시도 대폭 바뀐다. 지금까지는 '2조 원 기술수출'처럼 총계약 규모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계약금보다 향후 임상 성공이나 품목 허가 등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비중이 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를 각각 구분해 공시하고 지급 조건도 함께 설명하도록 했다.

연구개발 현황 공시도 더 투명해진다. 지금까지는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공개돼 과거 프로젝트 중단 여부나 기술이전 여부 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현재 개발 중인 제품뿐 아니라 과거 공개했던 모든 파이프라인의 개발 중단, 기술이전,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이력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개발 일정이 늦어진 경우에는 그 이유와 향후 계획도 함께 설명하도록 했다.

언론보도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금감원은 'FDA 승인 임박', '사실상 성공', '꿈의 항암제'처럼 투자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표현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이나 패스트트랙 지정은 판매 허가가 아니고, 임상 일부 결과만으로 성공을 단정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또 '50조원 시장 정조준'이나 '2조원 기술수출' 역시 실제 확보 가능한 수익이 아니라 최대 시장 규모나 조건부 계약금액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해야 하며, 언론보도는 공시 내용과 일치해야 한다. 공시에 없는 중요 정보를 추가하거나 과장·주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제한된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언론보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줄이고 투자자 신뢰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는 공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