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모은 결혼자금이 0원"…중앙그룹 채권 피해자들 검사 확대 요구
"방송사 이름·'상환 무난' 문구 믿었다"…250명·325억 원 피해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에도 발행"…금융사 전반 검사 확대 촉구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아들이 열아홉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을 하며 10년간 모은 결혼자금을 제게 맡겼습니다. 제가 대신 JTBC 회사채를 사줬는데 불과 4개월 만에 계좌 금액이 0원이 됐습니다. 아들은 'JTBC 방송이 잘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사실을 지금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 피해자 박 모 씨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JTBC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의 발행·유통·판매 전 과정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를 촉구했다.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13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투자 적격 등급으로 포장된 회사채가 발행 넉 달 만에 부도에 이르렀다"며 "발행회사의 부실을 걸러냈어야 할 금융회사들이 각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10일 금감원에 피해자 250명, 피해 금액 약 325억 2000만 원 규모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장내 회사채 투자자가 211명·235억 2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투자일임 편입 29명·55억 5000만 원, 전단채 투자 10명·34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측 자체 집계로는 개인 계좌가 450여 개, 투자 금액은 약 760억 원에 이른다. 피해 접수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JTBC는 지난 2월 930억 원 규모의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했으나 약 4개월 뒤 전단채 관련 차입금 206억 원을 갚지 못했다. 이후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전체 공모사채 2450억 원의 기한이익상실도 공시됐다.
변호인단은 회사채 발행 당시 JTBC가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2025년 말 자본총계는 190억 원이었지만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 1544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354억 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대표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기업실사 보고서에 자본잠식과 적자 누적, 단기차입금 등 위험을 기재하고도 투자설명서에는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판단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용평가사가 계열 지원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상환 가능성의 근거로 삼은 점, 수요예측 참여액이 770억 원에 그쳤는데도 930억 원으로 증액 발행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복현 변호사는 "주관 이후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유의미한 정보를 알게 됐다면 적절한 방식으로 시장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 관련 판례의 취지"라며 "신한투자증권이 개인에게 물량이 넘어갈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판매 과정에서는 위험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은 자본잠식이 공시된 뒤에도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별도 경고 없이 8%대 표면금리가 강조됐고 부도 전날에도 약 4억 4000만 원어치가 거래됐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전단채 판매 과정에서 상담원이 해피콜 거부 등록을 안내한 녹취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고금리를 노린 투기자가 아니라 생활비와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던 평범한 개인이라고 호소했다.
피해자 신 모 씨는 "아버지는 방송사 이름을 믿고 가족들에게도 채권을 소개해 주셨다"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꼼꼼히 살펴본 투자 설명서에는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며 "금융기관들이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64세 안 모 씨는 매달 36만 원의 이자를 생활비에 보태려고 채권을 샀다고 했다. 그는 "'고금리에 투자했으니 너희 탓'이라고 하는데 날마다 뉴스 보도를 하는 방송국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살고자 해서 했던 선택이었다. 이 돈은 제 목숨과도 같다"고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뿐 아니라 전단채 주관사인 한양증권, 투자일임사, 장내 중개 증권사, 신용평가사까지 검사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자료를 즉각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일반인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회사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알고도 왜 시장에 알리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중앙그룹의 자금 운용상 문제점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요청하거나 기타 형사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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