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조 국민연금 '위탁금' 잡아라…운용사들 '1점 가점' 노린 전주행

국민연금, '전주 거점' 운용사 1점 가점 신설
5대 금융지주 운용사 모두 전주로…1점이면 계약 좌우할 점수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2026.6.29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전북 전주에 사무소를 개소하거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서 전주 거점을 마련한 운용사에 가점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운용사들의 '전주행'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은 이달 중 전주 사무소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전주 사무소 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발 빠르게 '신한금융허브 전북혁신도시'를 구축하며 신한자산운용 사무소를 열었다.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KB자산운용과 KB증권 사무소를 만든다.

하나금융 역시 자산운용과 증권, 은행 기능을 집적한 '원루프(One-Roof) 센터'를 추진하고 있고, NH농협금융도 NH-아문디자산운용 전주 사무소 개소와 함께 'NH금융허브'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운용사들이 서울이 아닌 전주에 사무소를 만드는 이유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 '기금 운용본부 소재지 거점' 항목을 신설하고 전주에 업무 거점을 마련한 운용사에 1점의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운용사들은 위탁계약 체결 이후에도 운용성과와 투자 전문성, 리스크 관리 역량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점 1점은 선정 결과를 좌우할 의미 있는 점수다. 운용 실적이나 인력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주 사무소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도 운용사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5극 3특' 전략과 연계해 전북을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로 육성하고 제3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전주 이전이 단순한 사무소 설치를 넘어 지역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방향과 맞물려 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다. 올해 4월 기준 약 167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이 중 약 866조 원을 국내외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것은 운용사의 운용 역량과 신뢰도를 인정받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총 27곳이다. 국내 채권 위탁운용사도 17곳에 달하는 만큼 향후 전주 거점을 마련하는 운용사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모든 운용사가 전주 이전을 반기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집중된 운용 인력을 전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인력 이탈 가능성이 있고, 현지 전문인력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용, 리서치, 기관영업 등 어떤 기능을 전주에 배치할지에 대한 내부 조율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전주에 가려는 운용역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업무가 서울과 전주로 나뉘면서 중복되는 문제도 있어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