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가세일, 오늘이 기회"…하루 만에 11.5조 쓸어담은 개미군단
직전 기록 3조 원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순매수…반도체주 투심 집중
12% 급락한 삼전닉스 회복 여부에 시장 관심…"마이크론 실적 주목"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특가 세일이다. 이때 아니면 못 산다""비싸서 못 샀던 한을 풀겠다""조정은 각오했던 일이다. 실적 추세는 변함없다"(반도체주 종목 토론방)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 넘게 급락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며 외국인·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23일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두 거래소 합산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11조 4194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5조 9011억 원, 기관이 5조 6969억 원을 각각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이 코스피 주식을 11조 원 넘게 순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 2월 5일의 8조 4983억 원으로, 이날 순매수 규모는 이를 3조 원 가까이 웃돌았다.
개인 순매수액 중 약 75%에 해당하는 8조 5907억 원은 한국거래소 체결분으로 집계됐다. 개인이 거래소에서 순매수한 코스피 주식 대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1조 원 이상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 5조 588억 원, 삼성전자 2조 1310억 원, SK스퀘어 1조 2011억 원 등 3개다. 이들 종목에만 한국거래소 기준 개인 순매수액의 98% 가까이가 몰렸다.
반도체주 급등장에서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꼈던 이들이 이날 급락을 매수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는 "비상금 1000만 원을 오늘 한방에 썼다"며 "나만 빼고 반도체로 돈 복사하는 걸 지켜만 봤는데 그 설움을 오늘 풀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각각 277.40%, 141.25% 오른 대표 급등주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SK스퀘어도 같은 기간 367.35%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은 SK하이닉스가 12.47%, 삼성전자가 12.31%, SK스퀘어가 7.01% 하락했다.
이날 반도체주 급락은 단기 과열 부담에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SK하이닉스·SK스퀘어·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형주 3개 종목을 각각 4조 5000억 원, 4조 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면서 단기 과열 및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됐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둔화 우려가 거론되며 기술주 투자심리도 약화했다. 국내에서는 주식·부동산 미실현 이익 과세 보도가 나오며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기조가 이어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연내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이 부각되고,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까지 커지면서 차익 실현 압력이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요 이슈에 따라 장중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PCE 물가 지표가 높은 수준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단 우려가 작용하고 있고, 마이크론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하지 못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반도체주 주가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는 업종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유지하고 있으나, 곧 있을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 따라 투심이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락으로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지만 지수 밸류 부담은 완화되어 분할 매수로 접근할 것을 고려한다"며 "마이크론 실적이 포지션 분기점이 되겠으나, 일단 반도체는 호실적 감안해 단기 비중 축소는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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