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금투협회장 "전 국민이 투자에 눈이 벌겋게 있는 사회 건강하지 않아"

"기관투자 비중 더 커져야…연금 통한 간접투자 문화 정착 필요"
"레버리지 ETF, 신용공여 한도 줄이거나 증거금 비율 높여야"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최근 급등한 국내 증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적 수요보다 기관투자자와 연금 중심의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국민이 투자에 눈이 벌겋게 있는 건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의 연착륙(소프트랜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독특한 현상이 개인투자자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기관투자자 비중이 더 커져야 하고 연금을 통한 간접투자 문화도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8년간 증권업계에 몸담은 황 회장은 자신의 투자 원칙으로 '분할 매수'와 '적립식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결국 가치가 있는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증권 ETF에 투자했는데 단기적으로 손실을 봤지만 배당수익률이 6% 수준인 종목들도 있어 길게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과열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레버리지 ETF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금감원장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우려"라면서 "시장 과열 국면에서는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거나 증거금 비율을 높이는 등의 증권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TF 시장의 가격 괴리와 유동성공급자(LP) 역할에 대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넥스트레이드는 4분기 내 ETF 거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황 회장은 "LP들이 시장에서 마켓메이킹을 해주면 가격 급등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LP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 부담이 있다"며 "경험과 역량이 쌓이면서 점차 해소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ETF 거래시간 확대와 관련해) 기준가격을 누가 산출할지, 운용사가 할지 증권사가 할지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며 "시스템을 갖춘 인프라 기관들이 있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스페이스X 비상장주식 미배정 사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미국 현지 수요 증가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에 배정하기로 했던 물량을 다른 투자자에게 재배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황 회장은 "골드만삭스에 대한 규제 권한이 없어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다"면서도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겠지만 미래에셋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금투협이 추진 중인 주요 과제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활성화와 교육세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국민연금이 1층,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2·3층이라면 ISA는 4층 연금 역할을 할 수 있다"며 "K자본시장포럼에서도 첫 번째 주제로 ISA를 다뤘다"고 말했다.

교육세 제도와 관련해서는 "현재 구조는 사실상 이중 과세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 거래에는 이미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는데 교육세가 추가로 붙는 구조"라며 "증시 규모와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교육세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뮬레이션 결과 교육세 규모가 과거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세 사용처도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기획재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컨더리펀드 조성 계획도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황 회장은 "세컨더리펀드 조성은 준비 중"이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증권 유관기관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고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