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정·태조이방원 지나 '반바지' 시대…'시총 1위' 바뀐 코스피 지형도
삼전, 1999년 7월 처음으로 시총 1위…2000년부터 굳건한 1위
SK하닉, 2014년 11월 처음으로 시총 2위…올해 첫 1위로 올라서
- 손엄지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전지아 수습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삼성전자(005930)(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2000년 11월 이후 약 25년 7개월 동안 이어진 삼성전자의 '대장주 시대'에 격변이 시작됐다.
국내 증시의 역사는 곧 시대별 주도주의 기록이기도 하다. 2000년 이후 정보통신산업의 부상과 닷컴버블을 거치며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시장을 이끌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힘으로 가능했다. 코스피 1만 포인트를 앞둔 현재 국내 증시는 강력한 '반도체주'가 앞장서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0조 원으로 삼성전자(2067조 원)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병목에 따른 업황 상승 사이클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상승 추세를 이어갔지만 메모리 반도체 집중도가 더 높은 SK하이닉스의 상승 탄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만 해도 증시의 주인공은 전력과 통신이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제조업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중후장대' 산업이 주도했고, 한국전력이나 한국통신(현 KT) 같은 공기업은 국가가 최대 주주였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 자산으로 인기를 끌었다.
199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자 그 해 7월 29일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시총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2000년 초반 IT버블 시절에는 SK텔레콤(017670)과 시총 1위 자리를 다투기도 했다.
IT버블이 끝나자 시장은 '옥석고르기'가 진행됐고, 2000년 11월 21일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시총 1위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에 투자자들은 실적 기반의 안정적인 대형주에 주목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와 가전 시장을 장악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고, 자동차는 미국과 유럽 등으로 진출하며 약진했다. 굴뚝 산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투자자들은 '전차군단'(전기전자·자동차)에 주목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차화정' 시대가 열렸다. 당시 중국 경제 팽창(차이나 효과)과 맞물려 포스코, 현대차, LG화학 등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대장주로 떠올랐다. 중국발 물동량 급증에 현대중공업이 수혜를 입으면서 2008년 시총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에는 성장주 열풍과 함께 'BBIG'가 등장했다.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인터넷(Internet), 게임(Game)의 앞 글자를 딴 BBIG는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의 최대 수혜주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엔씨소프트 등이 증시 중심에 섰다.
SK하이닉스는 2014년 11월 4일 처음으로 시총 2위로 올라섰다가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다 2022~2023년 2차전지 광풍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당시 '태조이방원'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 업종을 뜻하는 이 용어는 탈탄소 기조에 맞춘 에너지 전환, 전기차 시장을 등에 업은 2차전지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했다.
하지만 2차전지가 전기차 캐즘(일시적인 수요 정체)이 발생하자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 성장 속도에 의구심이 커졌고 관련주의 주가는 하락했다. 2024년부터 다시 SK하이닉스는 시총 2위 자리를 굳혔다.
이후 시장은 조선·방산·원자력 중심의 '조방원'으로 압축됐고, 최근에는 반도체·바이오·지주사를 뜻하는 '반바지'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올랐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25년 넘게 시총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한 SK하이닉스가 큰 수혜를 입었다.
전력과 통신, 자동차와 철강, 차화정, BBIG, 태조이방원, 반바지로 이어진 한국 증시의 주도주 역사가 이제 'AI 반도체 시대'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생산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양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올해 대한민국 증시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는 오로지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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