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지배하는 '단일종목 ETF'…금감원, LP 자전거래 실태조사

LP에 경쟁사보다 더 많은 거래 나오도록 압박 가했다는 의혹도
레버리지 교육에 20만명 몰려…금융당국은 '투자 경고문' 배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5.2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 직후 20조 원에 가까운 거래를 기록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도입했지만, 단기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리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상장 이후 2거래일 동안 약 20조 원에 육박했다.

거래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에 집중됐다. 전체 거래 규모의 88%가 KODEX와 TIGER가 상장한 4개 상품에서 발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업계 최저 수준의 보수를 내세우며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였다. TIGER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는 연 0.0901%다. 기존 국내 레버리지 ETF 평균 보수(연 0.41%)보다 크게 낮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레버리지 ETF의 총보수는 연 0.29%다.

삼성자산운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높은 보수에 대해 해명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총보수보다는 원하는 가격에 매매할 수 있는지, 풍부한 유동성이 있는지가 실질 수익률 제고에 영향을 미친다"며 "보이지 않는 비용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운용사가 거래규모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들에 '자전거래'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자전거래란 동일한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수행해 거래량은 부풀리는 방식이다.

ETF 시장에서 LP는 매수·매도 호가를 공급하며 유동성을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거래량이 많고 변동성이 높은 ETF일수록 LP 수익성이 커지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ETF 규모가 큰 대형 운용사와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운용사와 LP의 법 위반 사실이 없는지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고민도 깊다.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상품 출시 경쟁에서 빠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은 화려한 LP 라인업으로 유동성도 충분히 확보하고 막대한 비용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데 중소형사가 이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품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당국도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당초 금융당국은 홍콩 등에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국내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지난 11일 월례브리핑에서 "이 상품은 글로벌 규제 정합성 제고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도입한 것"이라며 "출시 이후 매매패턴의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를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사전교육 신청자가 20만 명을 넘어서고, 자산운용사가 앞다퉈 기자간담회와 투자세미나를 개최하며 분위기는 과열됐다.

키움증권 HTS 화면 갈무리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 가격제한폭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도 가능하다"며 투자 위험 경고문을 배포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음의 복리 효과'와 해외 상장폐지 사례까지 언급하며 초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은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시장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레버리지 ETF 성과가 단기간에 눈에 띄다 보니 운용사들도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