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숏'이 동시에 순위권…'반도체 랠리 끝인가' 혼란 빠진 서학개미

해외주식 순매수 1위 '반도체 하락 3배' ETF
2·4·5·6·7·8위는 상승 베팅…"펀더멘털 집중해야"

15일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 SF관에서 웨이퍼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2025.4.15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반도체주가 연일 급등하자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 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동시에 베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향후 반도체주의 등락을 놓고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면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1위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로, 이날 4712만 달러(약 697억 원)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음 순위부터는 정반대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2위 인텔(4200만 달러) △4위 아이셰어스 세미컨덕터(SOXX) ETF(2713만 달러) △5위 암 홀딩스(2671만 달러) △6위 AMD(2250만 달러) △7위 마벨 테크놀로지(1798만 달러) △8위 라운드힐 메모리 ETF(1417만 달러) 등이 순매수액 상위권에 올랐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반도체 하락에 3배로 베팅하는 ETF인데, 2·4·5·6·7·8위 종목은 모두 반도체 또는 반도체 장비 기업 주식이거나 반도체 지수 상승을 추종하는 ETF라는 얘기다.

지난 27일에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1위 종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을 3배로 추종하는 'SOXS ETF(3116만 달러)'였지만, 8위는 반도체 지수 상승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로 1309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과'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이 동시에 순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4.28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순매수액 1위가 SOXS ETF인 건 최근 인공지능(AI) 확대로 인한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반도체 주가가 급등하자, 상승폭이 과도하다고 본 투자자들이 조만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베팅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진 데다, 반도체 업황의 장기적인 우상향을 믿는 투자자들의 상승 베팅까지 시장에 혼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전방산업인 AI를 놓고 '대세론'과 '거품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점도 반도체주 투자 방향을 양쪽으로 나누고 있다. AI 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조만간 실생활까지 지배할 정도로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지난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오픈AI가 신규 사용자와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날 반도체주가 대거 급락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전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온전히 '반도체 상승'을 믿기보단, 상승과 하락을 모두 수익화하는 '데이트레이딩'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반도체주 상승 베팅이 대세지만, 그동안 반도체주 조정을 예상하며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상승장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인버스 ETF를 추가 매수하는 '물타기' 수요도 일부 있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AI 데이터 센터 확충을 위한 인프라 수요가 지속되는 만큼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에선 하이퍼스케일러 자본적 지출 가이던스의 재상향, 메모리 평균판매가격 상승세 유지, AI 인프라 수주 잔고 확대가 재확인될 가능성이 높다"며 "매크로 경로의 거친 흐름 속에서도 AI 인프라 수요는 흔들림 없는 독립변수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