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은 옛말, 10분의 1토막도"…'공모주 잔혹사' 코너스톤이 끝낼까

지난해 상장한 종목 30%는 공모가 밑돌아
코너스톤 제도, 무리한 공모가 산정 막는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직후 급등락을 거쳐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잇따르면서 '공모주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공모가 고평가를 낮추고 상장 이후 주가 급락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16개 종목(스팩합병 제외) 가운데 4개 종목이 현재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종목 기준으로는 전체 103개 종목 중 32개 종목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증시는 사상 최대인데 공모주 투자자의 30%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최고가 비교해 10분의 1토막

지난 3월 5일 상장한 케이뱅크(279570)는 공모가 8300원 대비 24.34% 하락한 628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5790원까지 하락했다는 점에서 30% 넘게 손실을 본 투자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상장한 씨케이솔루션(480370)은 공모가 1만 5000원 대비 82.93% 하락한 256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진첨단소재(393970) 역시 공모가 대비 68.61% 내렸다.

공모주에 투자해 수년째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은 수두룩하다. 2021년 롯데렌탈(주)(089860)의 공모가는 5만 9000원이었지만 상장 첫날 장 중 한때 공모가를 상회한 이후 줄곧 하락세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는 역시 2021년 공모가 10만 50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2만 7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고가와 비교하면 10분의 1토막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과도한 공모가 책정과 단기 차익 중심 수급 구조를 지목한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써낸 기관투자자들이 상장 직후 차익 실현에 나서며 주가가 빠지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공모주 물량 배분 기준 (금융위 제공)
6개월 묶이는 자금…공모가 거품 낮출까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이 담겼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IPO 이전 단계에서 일정 물량을 사전 배정받는 대신 최소 6개월 이상 의무보유확약을 거는 기관투자자를 뜻한다. 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 활용되는 제도로, 장기 투자 성향 기관이 상장 전부터 참여해 수요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는 코너스톤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무리하게 공모가를 높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간 자금이 묶이는 기관 입장에서는 단기 차익이 아닌 중장기 기업가치를 따져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가격이면 6개월 뒤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어 공모가 산정이 보다 현실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관사인 증권사 역시 장기 고객인 기관투자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할 경우 향후 딜(거래) 경쟁력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수급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6개월 동안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줄어든다. 단기 매도 압력이 낮아지면 신규 상장 종목 특유의 급격한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

대형 기관투자자 '이름값 마케팅' 우려도

물론 부작용 우려도 있다. 인지도가 높은 대형 기관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정당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서다.

또 6개월 보호예수 종료 이후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올 경우 오히려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방어 역할을 하더라도, 해제 시점에는 새로운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유동성이 과도하게 풍부한 시기에는 코너스톤 투자자들 역시 공격적인 가격에 베팅할 수 있어 제도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이해상충 방지와 배정 기준 투명성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사전 정보제공 시 지켜야 할 행위규제, 코너스톤 투자자 배정 상한, 이해상충 방지 체계 기준 등이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며 "기관·개인투자자와 주관사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세부 제도를 설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