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발목잡는 '뇌관'…신용융자·공매도 다시 '사상최고'

신용융자 34.7조·CMA 잔고 117.2조 '사상 최대'
'조정 예상하는' 공매도 잔고 17.8조 쌓여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시장의 과열과 경계 심리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신용융자와 공매도 잔고가 나란히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승에 베팅한 자금과 하락에 베팅한 자금이 동시에 불어나며 증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 6946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지난달 초 33조 원대까지 늘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로 한때 32조 원 수준까지 줄었지만, 이후 코스피가 다시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불과 보름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최근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 등 추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성 자금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 20일 기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117조 2523억 원으로 집계됐다. CMA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으로 주식 매수 전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대표적인 대기 자금 성격을 띤다.

이어 21일에는 CMA 잔고가 4조 7740억 원 줄었다는 점에서 관망하던 자금이 일부 주식시장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상승장에 올라탄 투자자들만큼이나 하락을 점치는 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 시장 공매도 잔고는 17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3월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다. 공매도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현재 주가 수준을 부담스럽게 보고 조정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에는 국내 증시 주도주가 대거 포함됐다. 현대차(005380)가 1조 89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미반도체(042700) 1조 8338억 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 1조 2617억 원, 미래에셋증권(006800) 9175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매도 잔고 증가는 역설적으로 추가 상승 재료가 되기도 한다. 주가가 예상과 달리 계속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 상환해야 한다. 이른바 '숏 커버링'이 대거 발생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숏 스퀴즈'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증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신용 매수 세력과 고점 조정을 예상하는 공매도 세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장의 방향성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 경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융자와 공매도 잔고가 동시에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시장에 그만큼 많은 자금과 기대가 몰려 있다는 뜻"이라며 "반대로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어서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