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원칙금지 7월 시행…"모회사 주주보호"vs"벤처생태계 위축"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 세미나…이억원 "엄정한 심사"
자회사 IPO 후 모회사 주가 10%↓ "지배-일반주주 이해상충 핵심"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금융당국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도화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16일 제도 개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세미나에서는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해 중복상장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업들의 원활한 사업확장 및 자금조달을 위해 유연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방향을 발표한 후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이번 세미나를 포함해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정부는 중복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도입해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를 정립하겠다"며 "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장인지,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상장인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중복상장 현황·규제 및 시사점' 발제에서 모회사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이 중복상장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가 진행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중복상장 사례 실증분석에 따르면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후 6개월 뒤 모회사의 평균 주가는 10.81% 하락했다.
나 교수는 지배주주는 기업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보다 자회사 IPO를 선호하지만, 일반주주는 자회사의 IPO로 인해 소유권과 의결권을 상실하고 지분가치가 희석돼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복상장을 전면 금지할 경우 자본집약적인 신사업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예외적인 허용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규제 대안으로 △상장심사 시 엄격한 기준 적용 △모회사 일반주주의 과반결의 등 일반주주의 의결 요건화 △자회사 IPO 시 모회사 일반주주 우선배정 등을 제안했다.
또 기존 중복상장의 해소를 위해서도 지배구조보고서에 중복상장 관련 사항 기술을 의무화하거나 모자회사 간 거래에 대한 주주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염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중복상장 심사 기준을 영업과 경영의 독립성, 투자자 보호로 제시했다. 염 상무는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 배경이나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불가피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주주보호 노력의 이행과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 여부 등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투자자·학계 측 의견과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는 기업 측 의견이 맞섰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으로 소유와 지배가 괴리돼 이사회가 지배주주 이익만을 위해 일하게 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 된다"며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 일본 사례를 참조해 기존 중복상장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복상장 시 이사회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중복상장을 하면 일반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지배주주나 경영진 앞으로 부가 이전되는데, 그에 상응하게 주어지는 반대급부를 이사회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명시적으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는 지주사 체제를 선택하면 필수로 수반되는 영향이 있어서 단순히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반주주의 동의만 받는다고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호 간 이해상충을 어떻게 조정할지 구조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기업이 건전한 사업개편 목적으로 인수 자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글로벌하게 발생한다"며 "IPO가 막히면 벤처생태계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벤처혁신기업의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도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은 밸류업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충분한 제도 도입 기간을 둬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와 토론을 청취한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데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아 기업이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거래소와 함께 귀를 열고 적절하게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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