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주 4일제 시대에 24시간 주식 거래?
"오전 7시 주식시장 열리면 새벽 3시에 출근해야 할 판"
개미, 프리·애프터마켓의 복잡한 운영 방식 적응 필요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장시간 근로가 일상인 우리 사회에도 '주 4일제'가 화두가 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시간을 늘리는 방식보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일보다는 삶의 질이 우선이라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요즘 증권가에서는 "원래도 새벽 5시에 출근했는데, 이러다간 새벽 3시에 나와야 할 판"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추진하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14일부터 프리마켓(오전 7시~7시 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의 유동성 흡수에 대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는 명분이다.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노조는 업무 과중은 물론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대외적으로는 말을 아끼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산 구축 여력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고,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확신도 없다.
투자자를 위한 결정인지도 의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어느 날 오후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장이 끝났는데 매도 주문이 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식이 계좌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딸이 증권부 기자다 보니 다급한 마음에 전화하신 것이다.
알고 보니 급락장 속에서 급히 주식을 팔았는데, 정규장에서 체결되지 않은 주문이 애프터마켓으로 넘어가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이런 사정을 설명 들으시고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밤새 마음을 졸이다 다음 날 아침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고서야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여전히 많은 개인 투자자, 특히 고령층은 프리·애프터마켓의 복잡한 운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 방법도 모른 채 변동성 높은 시간대에 노출되는 셈이다. 정보와 인프라를 갖춘 기관과 외국인에게는 기회일지 모르나, 개미들에게는 밤새 어떤 변수가 발생하는지 그저 '마음졸이는 시간'만 길어지는 셈이다.
거래시간 확대는 천천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시스템의 완결성도, 투자자 보호 대책도, 현장 노동자의 배려도 부족하다. 진정 누구를 위한 거래시간 확대인지, 거래소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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