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조 매도' 외국인 팔만큼 팔았다…증권가 "막바지 국면 진입"
올 들어 외인 순매도 지속…중동發 고환율 영향 '과도'
"과민한 외인, 매수 전환 탄력 커…2월 말 기점 매도 강도↓"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올해 들어 36조 원 넘게 코스피를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사이클이 우리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중심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며 외국인 이탈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중동 리스크와 환율 급등 등 대외 변수로 촉발된 외국인 수급 이탈이 과도했다는 평가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 주식을 36조 2874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5000선을 넘긴 지난 1월에는 1186억 원 순매수했지만, 2월과 3월엔 각각 21조 731억 원, 15조 3329억 원 순매도했다.
중동발 유가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동반 강화되는 모습이다. 환율 상승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습과 이란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전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874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시 30분 종가 기준 1500원을 돌파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2단계 국면에 진입하면서 유가와 원화 환율이 급등하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며 "원화가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은 가장 먼저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그 결과 한국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의 변화보다도 충격의 전이 속도에서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과거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증권이 2010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회귀분석한 결과,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약 5조 원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2월 이후 환율은 약 5%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외국인 자금은 36조 원 넘게 유출된 상황이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과도했던 만큼, 위험 심리가 되살아나면 순매수로 돌아서기 쉬운 환경이란 의미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 등 극단적 위험 회피 구간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안전선호 심리가 완화되면 매수 전환 탄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역시 외국인 순매도가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판단에 기반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확대되면서 일부 차익실현을 통해 비중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유효한 데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도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재진입 시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추가 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의 업황과 펀더멘털을 매도한 것이 아닌, 가격과 비중을 매도한 성격이 있다"며 "미-이란 전쟁 포함 기존 악재는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2월 말을 기점으로 순매도 강도가 줄어들고 있어 외국인 순매도 작업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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