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앞두고 정기 주총 본격 시작…'경영권 방어' 나선 기업들

'집중투표제' 대비 이사 임기 변경 등 정관 재정비
조현준 회장·이부진 사장 이사 선임 안건도 관심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지난해 3월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주주가 주총장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3.1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올해 하반기 소수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이번주 기업들의 마지막 정기 주주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해석되는 안건들을 내놓으며 사수에 나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도 주주총회를 진행하며, 19일에는 삼성생명·삼성카드·삼성E&A 등 삼성 계열사들이 대거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총 11조 1000억 원(주당 1668원) 규모의 2025년 배당금 지급 안건을 확정한다. 특히 이날 진행되는 주주 질의응답에선 향후 반도체 분야에 대한 사업 전략 및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밝힐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삼성SDS 등이 정관에서 기존 '3년'인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도 주총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오는 9월 10일부터 의무가 된 '집중투표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들에게 이사 후보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수 있게 한 제도다. 소액 주주들이 자신들을 대변할 이사를 뽑아 이사회에 진입시켜 대주주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로 선임되는 주주 측 이사의 임기를 기존의 3년보다 짧게 설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사들의 임기를 1~3년으로 분산할 경우 퇴임 시점을 분산할 수 있어 복수의 이사를 한꺼번에 선임할 때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3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주주총회에 참석한 후 하고 있다. 2025.3.20 ⓒ 뉴스1 김성진 기자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한화투자증권·한화손해보험 등 한화 계열사도 정관에서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변경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한다.

집중투표제에선 한꺼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사 임기를 늘리면 한 번에 교체되는 이사가 줄어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이사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오션도 오는 19일 주주총회에서 삼사위원 2명을 신규 선임해 감사위원회 총원을 3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9월부터는 이사 후보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되는데, 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감사위원 2명을 선제적으로 임명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19일 열리는 효성티앤씨 주주총회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날 주총에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상정될 예정인데, 최근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에게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안건 통과 여부에 실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열리는 호텔신라 주주총회에선 이부진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지난 2011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안건이 통과되면 향후 3년간 사내이사를 맡게 돼 6회 연임한다. 회사 측은 이 사장이 호텔·트레블 리테일 등 전 산업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경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개인주주들은 실적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연임 명분이 약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흑자 전환했지만 배당이 빠진 점도 주주들의 정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호텔신라의 소액주주 비율은 73.4%로 높은 편인데, 이들의 표심이 결집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