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철 불공정거래 80%가 1분기…금감원 "정보 악용 무관용 대응"

미공개정보 이용이 전체 67% 차지…악재성 정보 사전 활용
불공정거래 19개사 중 14개 사는 장기 실적 부진 겪어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 A사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 갑(甲)은 2월경 회사 자금 사정 악화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 정보를 듣고, 공시되기 전에 본인 명의와 차명 계좌를 통해 소유 주식을 전량매도해 손실을 회피했다.

# B사 실질사주 을(乙)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B사 주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았으나, 다음 해 초 감사의견 비적정설 등으로 주가가 하락해 담보 제공주식의 반대매매 가능성이 커지자, 반대매매를를 방지하기 위해 B사 임원과 증권사 직원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3년간 적발·조치한 3대 불공정거래 행위(미공개정보 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175건 가운데 결산 정보와 관련된 사건은 24건으로 전체의 13.7%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6건, 2024년 9건, 2025년 9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3년간 결산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19개 사, 24건)의 79.1%(19건)가 1~3월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 유형별로는 미공개정보 이용이 16건(67%)으로 가장 많았고, 상장폐지나 담보주식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한 부정거래가 6건(25%), 시세조종이 2건(8%)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의 87.5%(14건)는 감사의견 부적정, 영업실적 악화 등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활용한 사례였다. 일부는 재무상태 개선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해소 가능성 등 호재성 정보를 이용해 선매수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혐의자 68명 중 84%에 해당하는 57명이 최대 주주(18명), 임원(35명), 직원(4명) 등 회사 내부자였으며, 나머지도 1차 정보수령자 등 내부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97%인 66명에 대해 고발 등 무관용 원칙에 따른 엄중 조처를 했다.

해당 회사들은 불공정거래 행위 직전 장기 실적 악화 또는 적자 전환 등으로 자금난이 발생한 가운데 △유상증자·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규 사업을 추가하고 △최대 주주·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실제 분석 대상 19개 사 가운데 14개 사는 장기 실적 부진을 겪었고 4개 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212%로 상장사 평균(112.8%)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는 원리금 지급 연체, 기업회생절차 개시, 파산 신청에 이르렀고, 12개 사는 외부자금 조달을 추진했지만 이 중 5개 사는 중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공정거래 발생 1년 내 최대 주주(3개 사)나 대표이사(7개 사)가 변경되는 등 경영권이 불안정한 사례가 많았다. 부실 이미지 탈피를 위해 상호를 변경하거나, 건설사가 반도체 사업을 추가하는 등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규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기 위해 임시주총을 여는 경우도 확인됐다.

대상 기업의 상당수는 자본금 200억 원 이하의 소규모 코스닥 상장사였다. 19개 사 중 16개 사가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고, 감사의견 거절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기 전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적정 의견을 받거나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은 "결산 시기에는 감사의견 비적정, 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등 이상징후가 있는 종목을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며 "혐의가 발견될 경우 가담자를 발본색원해 신속·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