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앞두고 1500대1 병합…제일바이오 4만% 급등 '착시'

1500대 1 병합 감안하면 사실상 80% 넘게 급락
1499주 보유 주주가 1500주 보유 주주보다 이익↑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제일바이오(052670)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 첫날 4만% 이상 급등했다. 다만 이는 1500대 1 주식병합에 따른 기술적 착시로 병합 효과를 반영한 이론상 기준가와 비교하면 사실상 8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일바이오는 정리매매 첫날인 9일 거래 정지 전 주가(2080원) 대비 62만 2920원(2만 9948.09%) 오른 62만 5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4만% 이상 급등했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제한폭이 적용되지 않아 상·하한가 없이 주가가 형성된다.

외형상으로는 폭등이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봤다. 이날 1500대 1 병합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이론상 기준가는 2080원이 아닌 312만 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이날 종가는 80% 하락한 수준이다.

앞서 제일바이오는 2023년과 2024년 사업보고서에서 모두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됐다. 횡령·배임 등으로 재무적 투명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점이 주요 사유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이 미달한다고 판단해 2월 23일 상장폐지를 확정했고, 2월 9일부터 20일까지 정리매매를 진행한다.

이번 정리매매와 동시에 1500대 1이라는 대규모 주식병합이 이뤄지면서 주주 간 희비는 엇갈렸다. 자본감자를 통해 1500주가 1주로 전환되는 구조로 기존 1500주를 보유한 주주는 1주로 병합되며, 이날 종가 기준 약 62만 5000원의 평가액을 보유하게 됐다.

반면 1500주 미만 보유 주식은 병합 과정에서 단주로 처리된다. 공시에 따르면 단주는 원칙적으로 매각 절차를 거쳐 정산되며, 병합 전 1주당 평가금액 752원을 기준으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1499주 보유자는 약 112만 원을 현금으로 정산받게 된다.

종가 기준으로 비교하면 1500주 보유자와 1499주 보유자 사이에 50만 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오히려 1500주 보유자가 1499주 보유자보다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병합은 기업의 이사회를 거쳐 결정하는 사안으로 거래소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병합으로 특정 구간의 투자자 간 손익 구조에 차이가 발생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앞두고 대규모 병합을 실시한 건 비상장 상태에서 주주 수를 줄이고 지분 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병합 비율에 따라 주주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