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주식 3배 올라 '세금폭탄'…'보호예수' 묶여 대출 문의도

임원 대부분 근로소득 누진세 상위 구간…주식가치 절반 세금으로 낼 상황

삼성전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받은 임원들이 뜻밖의 세금 부담에 직면했다.

지난해 1월 성과급을 약정했을 당시보다 주가가 3배 이상 오른 상태에서 세금이 매겨졌고, 받은 주식은 1년 동안 팔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실제 손에 쥐는 보상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초 임원들에게 지난해 1월 약정했던 초과이익성과급(OPI) 자사주 물량을 지급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임원 직급별로 OPI의 일정 비율(상무 50%~등기임원 100%)을 자사주로 받도록 강제해 왔다.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였다.

문제는 '과세 시점'이다. 세금은 약정 시점이 아니라 실제 주식을 받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세법상 자사주로 받은 성과급은 주식이 개인 계좌에 들어오는 날의 시가를 근로소득으로 본다.

지난해 초 5만 원 초반대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30일 16만 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약정 당시보다 주식 가치가 3배 이상 커지면서, 임원들이 납부해야 할 소득세 규모도 그만큼 불어났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대부분 근로소득 누진세율 상위 구간(35~45%)에 해당한다. 여기에 소득세의 10%인 지방소득세를 더하면 실제로는 주식 가치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할 수 있다.

일부 임원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별도의 대출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삼성전자 임원은 "주가 상승은 반길 일이지만,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는 임원들 입장에서는 보호예수에 묶여 현금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덮친 세금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임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보호예수' 규정이다. 책임경영 원칙에 따라 일정 기간(1년) 보호예수가 적용돼 즉시 매도할 수 없다.

현재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세금을 먼저 납부하더라도, 1년 뒤 주가가 하락하면 임원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이익은 급감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주가 고점 기준으로 낸 세금이, 나중에 팔 수 있는 주식 가치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임원들의 자사주 의무 수령 규정을 폐지했다. 이제 임원들도 직원과 동일하게 0~50% 범위에서 자사주 수령 비중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액 현금 수령도 가능해졌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의 일부를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급을 퇴직연금으로 받으면 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고, 퇴직 시점에 낮은 세율의 퇴직소득세가 적용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상 체계가 주식 중심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에 따른 세제 리스크가 확인된 만큼, 향후 기업들의 보상 설계가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