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비상인데"…외화 예탁금에 이자 더 주는 증권사들

정부 환율방어 안간힘에도…증권사는 '달러 붙잡기' 마케팅
서학개미 이벤트 중단·RIA 도입과 엇박자 지적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에 불이 밝혀져 있다. 2025.12.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외화 위탁계좌 이자를 인상하며 사실상 서학개미의 '달러 매도'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원화 이자는 오히려 삭감했다.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 기조에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이벤트는 중단했지만, 이자를 미끼로 해외투자를 계속 유도하기 위한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외화(USD)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거나,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화 예금 이자를 사실상 없앤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둔 현금(예탁금)에 대해 증권사가 지급하는 사실상 이자율이다.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에 대해 증권사가 일정 수준의 이용 대가를 지급하는 구조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1월부터 외화예탁금 평균잔고(평잔)가 1000달러 이하일 경우, 연 2%의 이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1000달러가 넘으면 연 0.8%를 적용한다.

키움증권(039490)도 1000달러는 연 2%, 1000달러 초과에 대해서는 연 0.6%의 외화예탁금 이용료율을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기존 평잔 500달러 미만은 연 0.01%이던 외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해부터 1000달러 미만 연 2%로 대폭 인상했다. 평잔 1000달러 초과금에 대해서는 연 0.6%를 지급한다.

이 같은 금리는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에 따라 산출된 정상적인 수준이라기보다는, 출혈을 감수한 마케팅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처우다. 메리츠증권의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은 100만 원 미만 연 1.5%, 100만 원 초과 연 0.6%로 외화 예탁금보다 낮게 책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100만 원 초과 원화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0.75%에서 0.6%로 낮췄다.

NH투자증권(005940) 역시 외화 예탁금 이용료를 신설하면서 원화 예탁금 이용료를 0.2%p(100만 원 이하 1%→0.8%, 100만 원 초과 0.6%→0.4%) 일괄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외화 예금 및 해외 주식 마케팅 자제를 요청한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이벤트 대신 '이자'라는 편법을 동원해 달러 보유를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하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환율 방어 의지를 드러냈다.

더욱이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장 유턴을 위해 국내주식복귀계좌(RIA)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국내 투자자의 수익은 깎고 해외 투자자에게 보너스를 주는 '역주행' 행보를 벌인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이벤트를 중단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화 계좌 이자를 통해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이 원화로 돌아올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에서는 RIA 도입을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외화 계좌에 고이자를 제공하는 모습은 정책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