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그 이후…"버블 아냐, 연내 5800 간다"[꿈의 오천피]④

리서치센터장 12인 "실적이 지수 견인…버블 근거 없어"
레벨업 평가 속 美 정치·AI·고환율이 변수…"즐기되 취하지 말아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이후'로 향하고 있다.

상승 피로감과 단기 조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랠리를 과열이 아닌 '레벨업 국면'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지수 레벨이 높아진 만큼, 시장은 '남은 변수'를 점검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 정치와 인공지능(AI) 버블, 1400원대 후반의 고환율 기조가 향후 흐름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버블 아니다…높아진 지수 레벨이 뉴노멀"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한투·미래·NH·삼성·KB·메리츠·키움·신한·하나·대신·신영·SK)들은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을 유동성이나 정책 기대가 아닌 실적이 만든 숫자로 평가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수 레벨을 끌어올렸다고 봤다.

그러면서 코스피의 연간 상단에 대해서는 신한투자증권(5800p), KB증권(5700p), 한국투자증권(5650p), 하나증권(5600p), NH투자증권(5500p) 등 대다수가 5000포인트 이상을 열어두며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기업들의 이익이 커지고, 인공지능(AI) 테크 혁신의 수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상승은 단기 유동성에 기대던 과거 랠리와 달리 테크혁명발(發) 투자 확대→실적 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며 "공급자 우위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가격(P) 상승이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익률의 68%가 주당순이익(EPS) 상향으로 설명된다"며 "높아진 지수 레벨이 '뉴노멀'로 인식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5년 상반기까지 정책 기대감이 컸다면, 이제는 전적으로 실적 개선에 근거한 상승"이라며 "AI 산업 성장과 맞물려 체질 개선 기대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정이 오더라도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한 중기 추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5000 돌파 이후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상승 추세를 꺾는 조정이 아니라 속도 조절 성격으로 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이 많이 올랐지만 주가수익비율(PER) 10.6배 수준으로, 버블로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했고,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글로벌 평균 대비 낮기 때문에 과열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도입을 통해 서학개미 자금의 국장 유턴도 기대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부동산의 대체 투자 수단이 되고 있다"며 "RIA 계좌와 세제 혜택 등은 예·적금에 머물던 안전자산을 주식시장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RIA는 증시 부양책이라기보다 자본시장 구조를 바꾸는 신호에 가깝다"며 "제도·세제 개편과 맞물릴 경우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장중 5000p를 넘으며 개장하자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코스피 랠리 변수는…'미국 정치·AI 수익화·고환율'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 5000 안착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도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리스크는 미국발 정치·금융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과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종료되거나, 인플레이션 재발로 인해 금리가 다시 꿈틀댈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이번 랠리를 이끈 AI 반도체에 대한 '수익화' 의구심도 남아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만든 AI 인프라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에서 AI 수익화 논란 및 재무 건전성 이슈로 변동성이 커진다면 코스피도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ed와 IB들이 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동결을 예상하는 등 유동성 환경의 변화가 AI 버블 우려와 맞물릴 때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1400원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는 고환율도 부담이다. 현재는 수출 기업의 이익 극대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나,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오버슈팅이 발생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학균 센터장은 "환율이 1500원선 위로 가게 되면 우리가 카운팅하지 못한 달러 표시 부채 기업들의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중동 및 대만 해협 등지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 차질로 이어질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상승 국면이 이어지더라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도연 센터장은 "지금의 상승을 즐기되 취하지는 말아야 한다"며 "상승 견인 섹터가 한정적인 만큼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