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원→78만원…'동전주' SK하이닉스의 성공史[손엄지의 주식살롱]

2001년 1.9조 영업손실→2003년 21대 1 자본감자 단행
2009년 주당 5400원에 유상증자→2012년 SK그룹으로 편입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 사흘차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관에서 '프레스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2026.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한때 '동전주'로 불리며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이 있습니다. 워크아웃과 자본감자, 유상증자를 거치며 "망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던 회사는 이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바로 SK하이닉스(000660) 이야기입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1983년 현대그룹이 설립한 현대전자입니다. 삼성전자(005930)에 이어 국내 2위 반도체 기업이었던 현대전자는 1996년 당시 주당 2만 원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3만~4만 원 안팎까지 오르며 순항했습니다.

현대전자가 휘청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입니다.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정책에 따라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인수했습니다. LG반도체 지분 59.98%를 2조 5600억 원에 매입하는 동시에 LG반도체의 부채 3조 5000억 원을 떠안는 조건이었습니다. 물론 현대전자가 원한 조건은 아니었고, 무리한 자금 조달은 현대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습니다.

여기에 2000년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2001년 3월 현대전자는 사명을 '하이닉스'로 바꾸며 쇄신을 시도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1조 9102억 원을 기록했고, 주가는 4000원대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SK하이닉스 2003년 감자 전 거래 주가 (한국거래소 제공)

같은해 회사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미국 마이크론에 회사가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경영진과 이사회, 노조가 독자 생존에 뜻을 모으며 매각을 부결시켰습니다. 그리고 2003년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 요구에 따라 21대 1의 자본감자를 단행했습니다. 2002년 말 208원이던 주가는 감자 직전인 2003년 3월 26일 135원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렇게 독자생존을 선택한 하이닉스는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1조 넘는 손실을 기록했던 회사는 2003년 3분기부터 2007년 3분기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감자 이후 2000원 초반대에서 거래를 재개했던 주가는 2004년 말 1만 1650원, 2006년 말에는 3만 645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2005년에는 워크아웃도 졸업합니다.

2009년 SK하이닉스 유상증자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Dart 화면 갈무리)
2009년 SK하이닉스 유상증자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Dart 화면 갈무리)

그러나 위기는 또 찾아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며 주가는 다시 1만 원 아래로 밀렸고, 그해 연간 영업손실을 2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자금 조달을 위해 하이닉스는 2009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240억 원, 724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발행가는 주당 5400원과 1만350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당시 회사 내에서 자사주를 사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던 시절"이라고 말합니다.

하이닉스의 전환점은 2012년 SK그룹 편입이었습니다.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나며 재무구조가 안정됐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습니다. 2013년 종가는 7년 만에 3만 원대를 회복했고, 2014년에는 처음으로 4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리며 주가는 구조적인 상승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이제 SK하이닉스는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반도체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서버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001년에 자신의 투자 수익률을 공개한 투자자 A 씨(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2009년 하이닉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는 투자자 A 씨는 지난 2021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계좌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하이닉스 주식 5700주를 주당 평균 7800원에 매수했습니다. 2024년까지도 주식 보유를 인증했던 그가 현재까지도 안 팔고 있다면 그의 자산은 4400만 원에서 41억 원으로 불어나 있을 겁니다.

'망할 줄 알았던 회사'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기업'이 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제 잘될 것 같았던 시기에도 위기는 또 찾아왔습니다. 그 시간 동안 회사를 믿고 버텨온 투자자들의 수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인고의 보상이 아닐까요?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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