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드물게 오는 투자 기회"
[선진 증시를 가다]⑨페드로 팔란드라니 글로벌X 본부 인터뷰
"AI 버블 지표 양호…韓 증시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 기회"
- 문혜원 기자
(뉴욕=뉴스1) 문혜원 기자 = 올해 글로벌 증시의 최대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국내 증시도 반도체 메모리 업황이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AI 버블 우려가 부각될 때마다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이 반복되기도 했다.
페드로 팔란드라니(Pedro Palandrani) 글로벌X(Global X) 상품 리서치 본부장(Head of Product Research & Development)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본사에서 뉴스1과 만나 현 상황을 "'AI 버블'이 아닌 'AI 확장' 단계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X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8년 인수한 미국 뉴욕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다.
팔란드라니 본부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지수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AI 버블'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거 닷컴 버블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구글과 같은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 서비스 기업)를 보더라도 이들은 과거와 달리 수백억 달러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40배 수준에 가까워진 '실러 주가수익비율(PER)'도 AI 버블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러 PER은 주가를 과거 10년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시장에서 고평가 여부를 판단할 때 주로 쓰인다. 그는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보면 실러 PER은 20~30배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닷컴 버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팔란드라니 본부장은 이번 AI 랠리가 쉽게 오지 않는 투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크고 혁신적인 기술로, 제조업부터 헬스케어, 금융까지 모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대한 구조적인 변화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드문 투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올해 AI 버블 우려가 언급될 때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팔란드라니 본부장은 AI 버블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기업의 수익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이 단지 '투자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수익성 있는 기업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기술 섹터 전반에서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한다면 우려스럽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AI 도입률'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떤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있는지, 도입률은 어떠한지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수익성과 AI 도입률 등 두 지표는 매우 좋은 상태"라면서 "내년과 그 이후에도 두 지표를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반도체 원툴'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팔란드라니 본부장은 "한국 증시는 반도체 외에도 투자 기회가 매우 폭넓다"며 "한국에는 국방비 지출 확대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호조에 따른 혜택을 보는 조선 기업들이 다수 있고 원자력과 배터리 분야에서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러 기업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고 다양한 구조적 성장 트렌드에 걸쳐 있으며 이런 흐름은 2026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 자본시장이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사주 제도 개선과 배당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이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서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으로 재분류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수백억 달러 자금이 코스피와 한국 기업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doo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한국 증시는 경제 규모와 기업 경쟁력에 비해 늘 저평가돼 왔다. 개인은 투자보다 저축에 머물렀고, 증시는 투기와 불신의 대상이 됐다. 그사이 선진국은 달랐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속에서도 개인 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고 홍콩은 글로벌 자본의 허브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증시를 혁신 기업의 성장 통로이자 국민 자산 형성의 핵심 장치로 키웠다.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내건 지금, 한국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혁신과 부의 선순환을 위해 자본시장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