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팔기 시작한 '서학개미'…코스피로 유턴할까
잦아든 서학개미 매수세…국내 증시 환경도 개선
당국 구두 개입·'국장 유턴' 정책 기조에 환율 변동성 약화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이달 들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잦아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주식 예탁금은 늘어나면서,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유턴'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20억6722만 달러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59억3442만 달러)과 10월(68억5499만 달러)과 비교하면 순매수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월말에 가까워질 수록 매도 폭은 늘어났다. 지난주(22~25일) 개인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2억8140만 달러(약 4028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별로 보면 이달 들어 12일, 17일, 18일만 제외하고 매일 미국 주식을 순매수하던 투자자들이 2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전환했다.
서학개미들의 매수세가 잦아든 것은 환율 변동성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달러·원 환율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지난 24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전·후로 달러·원 환율은 최대 55.2원 내렸다. 지난 23일 장중 최고점인 1484.7원에서, 26일 최저점인 1429.5원까지 급락한 것이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보면 지난 24일 환율은 1449.8원으로 전날 대비 33.8원 급락하며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최고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환율 자체도 역대급 고점이다. 올해 연 평균 환율은 이미 전고점인 1998년(1394.9원) 기록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가 확정됐다. 연말 종가 역시 1400원 초 중반대 환율이 말일까지 계속될 경우 IMF 외환위기였던 1997년(1695.0원)과 지난해(1472.5원)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불안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잠재우려는 당국의 기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 관련 이벤트를 줄줄이 조기 종료했다.
국내 증시 '유턴'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내놨다. 정부는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1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투자자들은 내년 초 출시되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넣어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년 이상 투자하면 된다.
국내 증시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환율이 안정화되며 지난주를 기점으로 12월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를 4조6330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달 초 70조 원 후반대로 후퇴했던 개인투자자 예탁금 규모도 완만하게 개선되며 85조 원까지 회복했다.
코스피도 사상 최고치 경신을 목전에 뒀다.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0.88p(2.20%) 상승한 4220.56으로 장을 마감했다. 38거래일 만에 4220선을 넘겨, 폐장일인 30일 1.31포인트(pt)만 올라도 11월 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4221.87)를 갈아치울 수 있다.
다만 서학개미들의 국장 복귀 추세는 아직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공제 한도를 맞추기 위한 계절성 요인도 있는 데다, 환율이 안정화 기조로 접어들기까진 관망해야 한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조치는 투기적 포지션에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면서도 "원화 강세를 위해선 글로벌 달러 사이클이 완연히 꺾여야 하고 달러수요(해외투자)도 구조적으로 약화돼야 하는 만큼 정책만으로는 중기 하락 추세를 견인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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