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아끼고 싶지만, 국장은 불안"…서학개미 유턴 '딜레마'
국장 복귀 유도책에도 서학개미 판단은 '신중'
국장 완전 복귀 위해 '신뢰 회복+성장 모멘텀' 필요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기로 하면서, '서학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절세 기회'를 잡으려는 움직임과 여전히 국내 증시 투자를 꺼리는 불신 섞인 심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의 완전한 유턴을 위해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과 실질적인 성장 모멘텀이 담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1년)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최대 5000만 원의 매도 금액을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며,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이 차등 부여될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 국내 시장에 복귀할 경우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의 세액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세는 수익금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 20%(지방세 2%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일부 서학개미들은 역대급 절세 기회라며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의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주식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일부 물량을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세금 부담까지 줄어든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면에서 고평가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주식 게시판에는 "먼저 국장으로 돌아오는 자가 승자", "미장 비중 줄일 때가 됐다", "국내 우량주나 배당주로 갈아타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세금을 아끼는 것보다 국내 증시의 낮은 수익률과 지배구조 리스크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기저에는 국내 증시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증시는 기업 실적, 금리, 물가, 정책 변수 등이 주가에 비교적 직선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실적과 무관한 급등락, 정책·수급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반복되며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이 잦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투자자는 "미국 주식은 왜 오르고 왜 빠지는지 납득이 되지만, 국장은 결과를 보고 이유를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정책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에 대한 인식 차이도 국내 증시를 외면하게 만든 이유다.
증권 게시판에서는 "세금 22% 내고 미국에 남는 게, 세금 안 내고 국장에서 -30% 맞는 것보다 낫다", "지금 테슬라 사는 게 세금 줄인 것보다 속 편하다"는 자조 섞인 글도 오간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유도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세제 감면을 통해 일부 자금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지만, 투자 방향을 바꾸기엔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서학개미 역시 '국내 복귀'보다는 절세를 노린 '한시적 이동'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제 혜택을 활용한 뒤 다시 해외 투자로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수익 기회가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유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는 단순히 세금 때문이 아니라 수익률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이나 상법 개정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자금 유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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