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시장의 관문…아시아 핀테크 허브로 도약"
[선진 증시를 가다]⑤이윤기 NH투자증권 홍콩법인장 인터뷰
"G2 중국 있는 한, 홍콩의 '글로벌 허브' 위상 건재할 것"
- 한유주 기자
(홍콩=뉴스1) 한유주 기자 = 보안법 제정과 미중 무역갈등에 흔들렸던 홍콩의 '글로벌 허브' 위상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압박을 피해 홍콩 상장을 택하면서 IPO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디지털자산의 영향력이 커지는 기회를 빠르게 간파해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로 도약하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제약 속에서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중국과 아시아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자본의 이해가 맞물리며, 홍콩의 '글로벌 허브' 역할이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윤기 NH투자증권 홍콩현지법인장은 지난 11일 홍콩 사옥에서 뉴스1과 만나 "홍콩의 글로벌 허브 역할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보안법 시행과 미중 갈등 이후 홍콩에서 자금과 인력이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중국화'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속돼 왔다. 마침 지난 7일에는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가 있었는데, 전체 90석이 모두 사실상 친중 인사로 채워졌다. 정치적으로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홍콩에서 '일국양제'가 유지될 수 있느냐에 의문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은 무관세 자유무역항으로 시작했던 홍콩의 경제적 정체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의 홍콩 금융·외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며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법인장은 "미중 갈등 장기화와 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금융, 외환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주식, 채권, 인수금융 시장에서 느끼는 뚜렷한 환경 변화는 아직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중 갈등으로 제약이 걸린 중국 기업이 홍콩 시장에서 상장하는 등 본토에서 홍콩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크게 증가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하루 평균 움직이는 '사우스바운드'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 홍콩 증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260억 달러를 조달하며 조달액 기준으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실제 2024년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홍콩은 2년 전 싱가포르에 내줬던 아시아 금융중심지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4위로 밀려났던 글로벌 금융중심지 순위 역시 뉴욕과 런던에 이어 다시 3위를 회복했다.
이 법인장은 싱가포르 역시 홍콩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기본적인 주식시장과 자금조달 규모에서 차이가 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홍콩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서방 간의 채널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기에 홍콩이 훨씬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이 싱가포르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일부 바이사이드(Buy-side)에 해당될 뿐 셀사이드(Sell-side) 기관들은 여전히 홍콩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은 위상 회복에만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제도적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홍콩은 지난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하는 등 아시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있다. 또 정부 주도로 토큰화 국채, 녹색 채권을 발행해 아시아 최초로 국채를 디지털 발행하는 등 기존의 금융 허브 역할을 '디지털 금융 허브'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자산 측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투트랙 전략'이 사실상 허용되는 모습이다.
이 법인장은 "중국 정부가 최근까지도 계속 가상자산 활동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등 가상화폐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가상 자산에 대해서는 본토에서는 제한하고 홍콩에서 허용해 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는 것 아닐까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불안과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유출됐던 자금을 다시 유치하려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패밀리오피스와 고액 자산가의 유치를 위해 투자이민제도(CIES)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각종 세제 인센티브로 '자산관리 허브'로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이 법인장은 "중국이 G2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홍콩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경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융, 외환 시스템은 영국 베이스의 서방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기존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핀테크 허브 경쟁에서도 이어나가려는 움직임을 볼 때 이 흐름이 계속 유지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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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증시는 경제 규모와 기업 경쟁력에 비해 늘 저평가돼 왔다. 개인은 투자보다 저축에 머물렀고, 증시는 투기와 불신의 대상이 됐다. 그사이 선진국은 달랐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속에서도 개인 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고 홍콩은 글로벌 자본의 허브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증시를 혁신 기업의 성장 통로이자 국민 자산 형성의 핵심 장치로 키웠다. 새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내건 지금, 한국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혁신과 부의 선순환을 위해 자본시장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