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억 태운 슈퍼개미 '모험가좌', 선샤인푸드와 소송전 [손엄지의 주식살롱]
최대주주 네 번 바뀌고 거래정지…경영에 나선 모험가좌
모험가좌, 현 경영진 상대로 형사고소…"상법 개정안 기대"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신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 한때 외식 트렌드를 이끌던 브랜드는 2017년 디딤이앤에프(현 선샤인푸드(217620))란 이름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하지만 상장 7년 만인 2024년 회사는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되며 거래가 정지됐고, 그 사이 최대 주주는 네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회사의 2대 주주이자 '모험가좌'라 불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 씨는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돈 52억 원을 쏟아부어 최대 주주에 올라섰지만 경영진의 일방적인 무상감자에 이어 염가의 유상증자로 최대 주주 자리를 잃었습니다. 현재 최대 주주는 단돈 2억 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황정아 씨입니다.
디딤이앤에프의 균열은 2020년 코로나19로 시작됐습니다. 미국 증시 상장까지 언급하던 창업주 이범택 대표는 급격한 실적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2021년 배달 전문 업체 정담유통에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자본 여력이 부족했던 정담유통은 대부분 차입에 의존한 인수를 감행했고, 주가가 하락하자 반대매매를 맞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2대 주주였던 웹툰 업체 테라핀이 비자발적으로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고, 경영권은 명확한 주인 없이 표류했습니다. 2019년 영업이익 35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는 2020년 영업손실 133억 원, 2021년 64억 원, 2022년 53억 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 물타기를 이어가던 개인투자자 김상훈 씨는 이때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주식을 추가 매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그는 본인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적으면서 '모험가좌'라는 별명이 시작됐습니다.
김 씨는 초기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밝히면서 경영에 참여할 의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대 주주가 네 번이나 바뀌는 상황 속에서 회사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주가는 계속 흘렸습니다. 결국 그는 2023년 10월 "회사 경영진과 정상화를 논의했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로 변경했습니다.
2024년 3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 해임안과 본인을 포함한 신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됐습니다. 김 씨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를 구한 후 경영권을 내려놨지만 결국 유상증자는 결렬됐고, 경영권 분쟁은 이사회 안팎에서 이어졌습니다. 김 씨와 함께 회사로 들어간 이사들은 기존 이사진과 '쪽수 경쟁'에 밀려 배제된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김 씨는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10월 2일 현 경영진을 상대로 "회사 자산과 주주 권익을 침해한 정황이 있다"며 형사 고소를 제기했고, 소송은 진행 중입니다.
그가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은 '상법 개정안'입니다. 올해 7월 공포·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장했습니다. 경영진의 판단이 과연 회사를 위한 것이었는지, 주주를 외면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묻게 되는 순간,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식 한 주조차 들고 있지 않아도 이사회만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자기들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며 "그 잔혹한 현실을 직접 목도했고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신 그들은 늘 단기 자금 조달과 사익 추구에만 집착했다"며 "겉으로는 회사를 위한 경영이라고 하지만 모든 행태는 주주 가치를 갉아먹는 기생적 행위에 불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단어 하나, 조문 한 줄이 만들어낸 균형이 언젠가는 기업 사냥꿈들의 허상을 무너뜨리고 자본의 진짜 주인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선샤인푸드의 무상감자를 결정한 회사 이사진 3명은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김 씨는 무상감자 관련해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와 같은 상법 개정 환경이 적용됐다면 당시 이사진이 내렸던 무상감자와 염가 유상증자 결정은 통과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회사 존속이라는 명분 외에도 주주 가치 훼손 여부를 함께 따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최대 주주가 동의하지 않은 무상감자를 진행하고, 그 결과 지배 구조가 급변했다면 주주 충실의무 위반 논란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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