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해도 70%가 백수"…금융위 회계사 과잉 선발에 부작용 폭발
지정감사 도입으로 회계사 선발인원 850명→1250명 급증
AI 도입으로 신입 채용 줄어…회계사 출근길 집회 시작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 이후 급증한 공인회계사(CPA) 선발의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가 급증해서다.
미지정 회계사는 회계사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정식 회계사로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실무수습 기관 배정을 받지 못한 회계사를 말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내년 선발 인원을 50명 줄이겠다고 했지만, 회계업계에서는 400명 이상 줄여야 한다며 집회에 나섰다.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은 1150명으로 올해 대비 50명 줄인다. 지정감사제 도입 이후 누적된 인력 과잉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는 회계사의 자격과 징계를 관리하는 주무 부처로 매년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발표한다.
금융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2019년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기존 800명 수준이던 선발 예정 인원을 1000명 이상으로 늘렸다.
지정감사 대상 회사가 증가로 감사 업무량이 늘고,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해서다.
이에따라 2022년에는 무려 1237명이 선발됐고, 2024년엔 1250명을 뽑았다. 2018년 904명과 비교하면 6년 새 38%나 늘어났다.
과공급 여파는 회계사의 '취업실패'로 이어졌다. 2024년 합격자 중 16%인 206명이 미취업 상태다. 2025년 합격자는 1200명 중 338명만 취업했다.
과거에는 1차 시험 합격만으로도 4개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한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는 "이제는 빅펌도 수습 회계를 예전처럼 대규모로 뽑지 않는다"며 "회계사 업무 환경 개선,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인력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계사는 2년 이상 실무수습을 거치지 않으면 정식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회계사들은 회계법인 취업은 고사하고 사기업 취업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회계사들의 반발은 거세다. 회계사 100명 이상이 모여 만든 '선발인원 정상화 및 수습제도 개선을 위한 3만 공인회계사 궐기대회 준비위원회'(준비위)는 12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출근길 집회를 개최한다.
준비위는 "수요 감소가 명확한데도 금융위가 2020년 이후 선발 인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습대란을 초래했다"며 "2026년 선발 인원은 최소 800명 이하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철호 준비위 위원장은 "제대로 된 수습을 받지 못한 회계사가 양산되면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자본시장 신뢰 추락이라는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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