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2라운드' 될라"…中 '무역 보복 리스크' 우려[MAGA發 K-스톡랠리]⑤
中, MAGA 협력국 압박…한화오션 자회사에 무역 제재 발표도
글로벌 교역·투자 위축 가능성…韓 경제에 '부정적'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엉켜 있으며, 미-중 무역·기술 갈등이 커질수록 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난 4월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도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꽤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 속에서 한국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중국의 보복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드(THAAD) 사태 2라운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은 '미국 동맹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042660)의 미국 자회사에 대한 무역 제재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중 무역 갈등 속 한미조선업협력 구상안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참여 한국 기업을 정조준한 조치였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부산에서 만나 관세 휴전에 합의하면서 제재는 1년간 유예됐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술 패권주의인 'MAGA' 속 한국 기업 역할이 커질수록 중국의 보복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중심 공급망 편입은 수출과 기술협력 측면에서 분명 기회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반작용은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2017년에도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류 금지, 단체관광 중단, 한국 제품 불매 등 비공식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완성차나 소비재 업종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대중 수출 금액은 337억 달러로, 전체(1850억 달러)의 18.22%를 차지했다.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분쟁은 지속적으로 전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며 "갈등이 현재보다 극심해지면서 중국이 미국에 협력하는 제3국 기업에도 제재를 가하기 시작할 경우, 한국 기업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교역망이 분절되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관세 인상과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 교역·투자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국과 중국이 주고받은 관세 인상이 글로벌 생산비용 상승과 설비투자 위축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원재료와 부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각국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무역 긴장 고조로 수출 시장이 위축되고,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따라 연결된 국가들의 수요가 동반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 지출과 신규 투자를 위축되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미·중 갈등이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국 중심주의는 교역망 통합이 아닌 교역망이 분절되는 형태"라며 "생산비용 증가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은행(World Bank)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0.2~0.3 %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향후 성장 경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미중 무역협상 등 글로벌 통상환경을 꼽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다는 가정하에 2018년과 같은 관세 전쟁이 시작되고, 미국이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관세를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글로벌 물동량 감소·수출 산업 수익성 감소 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중 갈등 격화가 궁극적으로 글로벌 저성장 압력 및 교역사이클 둔화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는 수출주도의 한국 경제에도 당연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대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미·중 사이에서 실리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영일 센터장은 "미·중 교역 갈등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중립 외교가 필요하다"며 "실리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기업들의 미중 양국의 진출 제약을 풀어주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미국과는 안보·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경제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실리적인 투트랙 외교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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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의 꿈이 K-증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한국 기업이 미국의 'MAGA 파트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MAGA발(發) 증시 호황의 기회와 위기를 조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