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6조 돌파에도 증권사 신용공여 중단 '0곳'…"몸집 커졌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4년새 자본 규모 34.2% 늘어나
증권사, 대출 중단 대신 증거금률 상향·금리 조정으로 관리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과 달리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중단 조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권사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나 신용공여 여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 10곳의 자기자본은 69조 8729억 원으로 2021년 대비 34.2%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10조 원을 넘어섰고, 대신증권(003540)은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 91.4% 증가했다.

2021년 증시 활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쌓은 데다 최근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위해 증자로 몸집을 크게 불린 덕분이다.

자기자본이 커지면서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신용융자잔고에도 증권사들은 올해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른 대출 중단 사례가 한 곳도 없다.

지난 2021년에는 신용융자 잔액이 25조 원을 돌파하자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담보대출 신규약정을 잇달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신용융자 잔액이 20조 원을 넘어섰을 때도 신용융자를 일시 중단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26조 2165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대치(25조 6560억 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 100% 이내로 가능하다. 자본 규모가 확대되면서 신용공여 가능 범위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물론 증권사들은 통상 자기자본의 60% 수준에서 신용공여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의 신용수요가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증권사들은 대출 중단 대신 고변동성 종목의 증거금률 상향, 신용매수 제한 종목 지정, 금리 조정 등 단계적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증가함에 따라 이자수익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증권사 실적에서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 비중이 컸던 만큼 올해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이 증가하면서 신용공여 여력도 커졌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좋아졌다"며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신용거래융자로 증권사 실적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