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운용 '리츠인프라ETF' 분배금 지급 위해 원본 훼손…"제 살 깎기"
"주식 팔아 분배금 지급"…삼성 "매니저 재량, 경쟁사도 같아"
업계 "원본 훼손하는 일 거의 없어…주가 상승 효과 제한"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삼성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의 분배금을 지급하기 위해 원본(투자 원금+투자 수익)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당금이 아닌 펀드 이익금을 떼서 분배금으로 지급했다.
사실상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배당받았지만, 이익금을 빼 쓰면서 주가 상승효과는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이익금이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마련했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의 지난 5월 이후 6개월 동안 분배 금액은 210원이지만, 과세 표준액은 110원에 불과하다. 차이가 100원으로, 월 평균 분배금(35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지난 5월 분배 금액(37원)과 주당 과세 표준액(18원)이 차이가 나기 시작한 이후 6월에도 같은 현상(분배 금액 35원·과세 표준액 25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34원을 배당했지만, 과세표준액은 13원이었다. 9월 역시 같은 금액을 배당했지만 과세표준액은 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33원을 배당했으며 과세표준액은 17원에 그쳤다.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는 국내 상장된 부동산 관련 집합투자증권(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분배금 재원이 편입 자산에서 나온 배당이라면, 분배 금액과 주당 과세 표준액이 같아야 한다.
일부 월 배당 ETF의 경우, 분배금의 일부를 예측해서 미리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차이(아직 분배금 발생은 안 했지만 다음 달 또는 연간 분배금/12로 주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1년이 지나면 해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에서도 ETF의 분배금과 과세표준액 차이가 발생했지만 1년 이후에는 대부분이 일치했다. 1년이 넘은 ETF는 매년 1회 포트폴리오 변경 시점과 일치했으며, 월평균 분배액과 과세표준액의 금액 차이도 미미했다. 지난해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 ETF'에서 분배액과 과세표준액 차이가 수차례 발생했지만, 올해는 다시 일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가 상장한 지 1년 이상 지났고, 과세표준액이 월 평균 분배금의 3배에 달하는 것은 원본을 빼서 분배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특히 경쟁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TOP10 ETF'가 지난해 7월 상장한 이후 차이가 급격히 확대된 점에 주목했다.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원본을 훼손하면서까지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당 종목 게시판에도 "과세표준액이 왜 0원이냐", "배당금 받은 게 없는데 분배금을 많이 준 거 아니냐", "제 살 깎아 먹기"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 삼성운용 측은 KB발해인프라 편입과 비용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처음에 설명했지만, 결국 이익금을 분배했다고 인정했다. 이익금은 보유 주식을 팔아서 마련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원본 훼손은 아니며, 투자 매니저 재량에 따라 이익금을 분배금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이런 경우는 다른 회사들에서도 비일비재하고, 대부분이 순수하게 이자와 배당만으로 분배금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문제는 없다"며 "무리하게 투자자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익금을 팔아 분배금을 지급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이익금을 분배했다는 건 결국 보유 주식을 팔아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원본을 훼손했다고 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보유 주식을 팔아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본에서 분배금을 지급한 ETF는 거의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상승효과를 덜 누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일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종가는 4755원이다. 지난해 3월 상장 때 가격(5000원)보다 4.9% 하락한 수치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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