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팔고 ETF 간다"…'펀드매니저 시대' 저물고 ETF가 대세
ETF 시장 규모, 120조→260조로 성장…1조 ETF도 58개
"스타 펀드매니저보다 빠른 테마 선점이 운용사 실력 기준"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가 자산운용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며 한때 전성기를 누렸던 공모형 액티브펀드 시장이 빠르게 존재감을 잃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순자산 1조 원이 넘는 ETF는 58개로 지난해 말(36개)보다 61% 증가했다.
ETF 시장 규모는 지난해 초 120조 원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260조 원을 넘어섰다.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공모펀드 시장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때 '국민 펀드'로 불리며 설정액 3조 원을 넘겼던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 모펀드 설정액은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글로벌 운용사가 내놓은 대표 펀드도 마찬가지다. 2022년 공룡펀드(순자산 1조 원 이상)에 이름으로 올렸던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모펀드의 설정액도 88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전략이라도 ETF로 구현된 상품들은 오히려 '공룡 ETF'로 성장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올해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 ETF'의 순자산은 1조 원을 넘겼고, 미국 빅테크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테크TOP10' ETF 순자산은 3조 원을 돌파했다.
무엇보다 수익률에서 체감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케이지(KG)제로인에 따르면 20일 기준 최근 1년간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펀드 38개 중 30개가 모두 ETF로 나타났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신한SOL조선TOP3플러스 ETF(162.19%)이고, 미래에셋TIGER200중공업 ETF(158.21%), 미래에셋TIGER조선TOP10 ETF(155.75%), 한화PLUSK방산 ETF(151.61%) 등이 뒤를 이었다.
ETF가 공모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은 이유는 전략 구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시장에 새로운 테마가 형성되면 지수만 설계해 곧바로 상장할 수 있다. 공모펀드는 내부 심사와 판매사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해 출시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누가 운용하느냐'보다 '어떤 테마를 얼마나 빠르게 ETF로 상품화하느냐'가 운용사 실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며 "운용사 내부에서도 펀드보다 ETF 전담 조직을 키우는 방향으로 인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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