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원, 차기 원장 공모 연기…"절차 중단에 유감"

'공무원 낙하산' 인사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
회계기준원, 원추위 절차 재개 공문 발송

한국회계기준원 CI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한국회계기준원(KAI)이 이달 중 진행하려던 차기 원장 공모가 일부 위원의 반대로 연기되자 "절차 중단에 유감을 표한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계기준원은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이미 수개월 전 관계 기관 간에 합의된 원장 선임 절차가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며 "관계 기관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회계기준원은 중단된 원장추천위원회(원추위) 절차를 재개해달라는 공문을 7개 원추위 구성 기관에 발송했다. 원추위는 회계기준원 주요 회원사인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국은행연합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로 구성돼 있다.

앞서 회계기준원은 이달 중 제10대 원장 후보자 공모를 시작해 11월 중 차기 원장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현 이한상 원장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지만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회원총회에 차기 원장을 추천한다'는 원추위 운영 규정을 지난해 신설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11월 중에는 차기 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첫 원추위 회의에서 공모 시기를 놓고 이견이 불거졌고, 논의 자체가 파행으로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위원들은 "현 시점에서 원장을 선임하면 신·구 권력이 90일 넘게 공존하게 돼 조직 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도 회계기준원에 공모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회계 업계에서는 "정당한 규정에 따른 절차가 외부 압력으로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향후 금융당국의 고위 인사 이동과 맞물려 '공무원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회계기준원이 본연의 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정감사에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회계기준원은 기업 회계 기준을 제정·해석하는 핵심 기관이다. 최근 자본시장 신뢰 제고와 회계 투명성 강화가 강조되면서 그 위상도 커지고 있다.

현재 박권추 전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 정석우 고려대 교수(전 한국회계학회장), 채이배 전 국회의원,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가나다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차기 원장은 공개 공모를 통해 복수 후보가 접수되면 원추위가 2배수로 압축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회원총회를 통해 최종 선출된다. 임기는 3년이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