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도 韓주식 1조 사들인 외국인…통화스와프에 베팅?
한-미 투자 협상 변수…외국인은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감 반영했나
韓 주식 저가 매수 기회…반도체株 쓸어담아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20원을 넘어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쇼핑이 이어졌다. 과거 환율 급등 때마다 한국 주식을 처분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라 주목된다.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으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21.0원 오른 1421.0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중 1420원을 넘은 건 지난 5월 14일(1420.2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그동안 외국인은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 주식을 처분해 왔다. 지난달 26일에도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10원을 넘자 외국인은 5707억 원을 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당시 코스피는 2.45% 하락했다.
그러나 이날은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612억 원을 사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환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외국인의 투자 전략이 바뀐 것은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 스와프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정 기간 서로의 통화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맺는 계약이다. 외환위기 등 비상시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바꿀 수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 미국이 요청한 3500억 달러 투자 후 외환시장 쇼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통화스와프가 필수라는 판단이다.
미국 측은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에서는 무제한은 아니더라도 제한 범위 내에서 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9일(현지시간) 외환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도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
만약 우리와도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을 싸게 살 기회다. '한국의 달러 조달 능력 보증'이 강화돼 원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때도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1285원에서 1220원대로 약 5%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예를들어 달러·원 환율이 1420원일 때 주식을 사고, 향후 통화스와프 체결 후 1300원까지 내리면 주가 변동이 없어도 1달러당 120원어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투자를 부추겼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를 6023억 원, 삼성전자우(005935)를 2118억 원 사들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향후 원화 강세 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 오히려 국내 반도체 주가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주식 상승을 점치고 있다. JP모건은 9일(현지시간)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코스피 지수는 기준치(4000)와 상승치(50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이 불발되고, 미국이 추가 관세 인상 등의 보복 조치에 나서면 원화 약세가 더 심화하고 외국인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레벨 부담과 당국 개입 등으로 향후 달러·원의 추가 상승 폭과 속도는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1400원대 등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봤다. 이어 "월말 APEC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이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해 대미투자 협상을 타결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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