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상장 전 무슨 일?…'BTS 아빠' 방시혁, 어쩌다 피의자 소환 됐나
하이브 초기투자자들, 리스크 관리 위해 '지분 매각' 요청
구주주 지분 산 스틱·이스톤PE, 풋백옵션 요청…방시혁 '위험 감수'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방탄소년단(BTS)을 세계적 아티스트로 키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경찰 조사를 위해 출석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방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나섰다.
그는 지난 2019년 하이브(352820) 상장이 이뤄지기 전 투자자·벤처캐피털(VC) 등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인 뒤, 자신의 지인이 설립한 사모펀드(PEF)에 하이브 지분을 팔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브 상장 후 사모펀드는 보유 주식을 내다 팔았고 방 의장은 미리 맺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매각 차익의 30%를 받았다.
방 의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초기 투자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당시 투자자들이 "지분 매각을 먼저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익 배분에 관해서도 투자자가 먼저 제시한 조건이었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쟁점을 재구성해본다.
2017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의 주력 가수는 BTS였다. 2013년 데뷔 후 'I NEED U', '피땀 눈물', '봄날', '불타오르네', 'DNA' 등으로 음악 차트 단골 1위를 차지하는 스타였다.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앨범차트에 오르며 월드 스타로 반열에 올랐다.
BTS의 성공에 하이브의 몸값도 높아졌다. 그사이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졌다. 한국 아이돌이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린 일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반짝'하고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군 입대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BTS를 대체할 다른 가수가 있다면 문제가 아니었지만, 하이브 내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 상장 계획도 불확실했다.
초기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뒀고, 지분 매각을 결정한다. 투자자들은 방 의장에게 지분 매입할 투자자를 요청했다.
이에 방 의장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스톤PE) 등을 연결해 구주주의 자금회수를 도왔다. 스틱은 2018년 10월 1039억 원을 들여 LB인베스트먼트와 기관투자자 등이 보유한 하이브 구주(지분 12.4%)를 사들였다.
이듬해 6월 이스톤PE는 250억원을 들여 최유정 부사장 지분 일부(지분 2.7%)를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뉴메인에쿼티와 공동 투자를 통해 알펜루트자산운용 지분 전량과 최 부사장 나머지 지분, LB인베스트먼트 우선주 등 지분 8.7%를 추가로 샀다.
이 과정에서 초기 투자자는 적지 않은 차익을 얻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원금의 20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주주였던 레전드캐피털도 지분 일부(3.88%)를 넘겨 이익을 챙겼다. 나머지 지분 6.2%는 IPO 이후에 매도했다.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알펜루트 역시 보유 지분 매각으로 원금 대비 50%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스틱은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을 살 때 당시 경제 상황과 전망, 상장 성공 가능성을 나름대로 냉정하게 계산하고 결정했지만 내부 우려도 상당했다. 초기 투자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BTS 군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내부에서는 불확실한 투자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바랐다. 이에 방 의장에게 상장이 성공한다면 이익을 나누되, 실패한다면 지분을 더 비싸게 되사 달라고 요구했다. 2023년까지 빅히트가 상장하지 않으면 지분을 다시 넘길 수 있는 풋백옵션이다. 상장이 무산되면 인수 금액 1039억 원에 매년 내부 수익률(IRR) 더한 금액으로 되사주는 조건이었다. 당시 IRR은 5~6%대로 추정된다. 대신 반대급부로 상장 시 매각 차익의 30%를 나눠주는 이익분배약정(언 아웃)을 맺었다.
스틱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다운사이드 프로텍션과 언 아웃(Earn-out)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톤PE 역시 하이브 지분을 인수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 의장에게 스틱과 유사한 풋백옵션을 요구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스톤 1호 PEF는 이익분배약정은 맺지 않았고, 이스톤 2호 PEF만 체결이 이뤄졌다.
만약 2023년까지 하이브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방 의장은 그야말로 파산할 상황이었다. 스틱과 이스톤PE의 투자금(2339억 원)에 IRR을 더해 약 3000억 원을 들여서라도 지분을 다시 사야 했다.
그럼에도 방 의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BTS의 글로벌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성공이 눈앞에 있다고 판단했다.
BTS가 2019년 선보인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2020년 공개한 'Dynamite'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것은 물론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이 시기 하이브도 글로벌 투자 유치가 좌절되면서 상장으로 방향을 튼다. 2020년 1월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같은 해 10월 증시에 입성한다.
공모가는 주당 13만5000원이지만,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을 찍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1년 11월에는 42만1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2021년 3월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사명도 변경했다.
스틱과 이스톤PE는 이후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었고, 방 의장도 이익분배금 약 4000억 원을 받았다.
방 의장은 이익 분배금 4000억 원 중 절반은 세금으로 내고, 1550억 원은 2021년 하이브 유상증자에 투자했다. 나머지 350억 원은 미국 사업 거점 작업 공간 마련을 위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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