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찬성' 거수기 이사회의 나라…0.5%만 허용된 '이것' 통과돼야

[상법개정 통과] 집중투표제 제외…추후 공청회 열기로
증권가 "상법 개정 환영…집중투표제 제외 아쉬워"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3%룰' 등을 담아 강화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가 채워졌다. 다만 투자자들이 요구했던 집중투표제가 제외되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할 상황이 됐다.

집중투표제는 거수기 이사회를 막고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증권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을 위해서는 집중투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법 국회 통과했지만…이사회 구성 바꾸는 '집중투표제'는 제외

국회는 3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소액주주의 이사 선임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열고, 추후 처리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거수기 이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ESG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사외이사 전원이 모든 이사회 안건에 찬성한 기업 비율은 전체의 95.3%에 달했다.

이사회 내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이처럼 워낙 크다 보니 소액주주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이유기도 하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추진된 것이 집중투표제로,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선임할 이사 수만큼 특정 후보에게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이사 5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5표를 행사할 수 있고, 모든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주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입성 시킬 수 있다. 만약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될 경우, 주주연대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임 가능한 이사 수는 2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상법에서도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1%)가 청구할 경우 집중투표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관 배제 조항을 통해 대부분 상장사가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에 따르면 전체 2641개 상장사 가운데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허용하고 있는 기업은 13개 사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코스피200 기업 기준으로는 90.5%가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개장 시황이 나오고 있다. 2025.7.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코스피 5000 위해 집중투표제 필요

집중투표제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원칙, 집중 투표제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모든 이사회 통제는 지배주주가 할 테니까 집중 투표제를 통해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도 "이사들이 행동하는 주주 충실 의무나 독립성에 관한 부분은 통과됐지만, 이사회 구성 자체를 바꿀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같은 부분은 통과가 안 됐다"며 "첫걸음으로는 의미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상법 개정은 회사의 불공정 합병 같은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잘못된 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 주주 입장을 대변하는 이사들이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집중 투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건은 재계의 반대를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이뤄지면 투기세력이 이사회에 진입해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핵심 정보 등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2006년 헤지펀드 칼 아이칸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회에 진입한 후 그해 12월 주식 매도 차익 1358억 원과 배당금 124억 원 등 1482억 원을 챙긴 뒤 한국을 떠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집중투표제 의해 적대기업이 이사회에 들어온 사례가 있다"며 "주요 투자 결정을 막고, 자료만 빼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을 위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