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장기투자 확대할 것"…업계 "퇴직연금 유입 촉진 필요"(종합)

'회전율 200%' 단기투자 위주 韓 증시…장기투자 선순환 갈급
"제도개편 시 국민연금 유출분 2배 유입 가능"…상반기 중 결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퇴직연금 유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업계·학계 제언이 나왔다.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국민연금 고갈 과정에서 증시 자금 유출로 생길 수 있는 공백을 퇴직연금이 메울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업계·학계 관계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퇴직연금의 역할을 강조했다.

서유석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증시가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과 함께 시장 수급 측면에서 장기 투자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퇴직연금과 디폴트 옵션 제도를 개선하고, 연금자산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며 "특히 연금 자산이 해외가 아닌 국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거래 회전율'은 2024년 기준 200%로, 미국(96%)과 일본(117%)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국내 증시가 단기 투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협회 설명이다.

장기 투자는 시장 안정과 투자자 재산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오랜 기간 머물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장기투자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네 번째부터)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기념 촬영을 있다. 2025.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에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주제 발표에서 퇴직연금 운용 규제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국내 퇴직연금 운용 규제는 원금 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아무리 좋은 신상품이라도 원리금 보장 상품이 아니면 편입이 불가능하다"며 "설령 편입이 가능하더라도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는 총량 한도(70%)가 적용돼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기성 상품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상품이 편입될 수 있도록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거나, 원리금 보장 상품에도 한도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원리금 보장 상품 70% 한도를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 약 52조 원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금계좌에 대한 과세 역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현재 개인연금 계좌에서는 개별 주식 투자가 불가능해 주식형 펀드(ETF) 가입이 일반적인데, 일반 계좌에서는 비과세되는 매매차익이 연금 계좌에서는 전부 과세 대상이 된다"며 "이 같은 불합리한 과세 구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패널 토론에서 퇴직연금의 국내 증시 유입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은 150조 원가량이 국내 증시에 투자되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6조 원 미만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40년 국민연금이 15년에 걸쳐 고갈될 때 퇴직연금이 증시에서 국민연금 유출분을 12%밖에 메우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 제도를 개선하면 향후 15년 동안 국민연금 유출분의 180%를 채울 수 있다"며 "퇴직연금 운용의 핵심 과제는 수익률 제고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복현 원장은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퇴직연금 제도 개선과 관련해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한 바 있다"며 "올해 초 또는 상반기 중 최종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