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의 선행매매 "어쩌다 이 지경"…내부통제 보니[긴급진단上]
계좌 수·매매 횟수·투자금액 등 제한 …가족계좌도 모니터링
리서치센터는 거래 전면 금지 '초강수'…"그래도 차명거래는 못 잡아"
- 박승희 기자, 강은성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강은성 기자 = 자신이 미리 사 놓은 종목에 '매수' 리포트를 내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총 5억2000만원의 차익을 챙긴 전직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어모씨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어씨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올 초 회사를 그만뒀다. 즉 현직에 있으면서 불법 선행매매를 저지른 것이다.
대부분 증권사는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내부통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 계좌를 모니터링하고 리서치센터와 투자금융(IB)부문은 아예 주식거래 자체를 막아버리는 등 강경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재발을 막진 못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준용해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관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고시한 증권사 표준내부통제기준은 △본인 명의 당사 1개 계좌 △월간매매회전율 500% △일간 3회 또는 월간 30회의 매매 횟수 제한 △총 누적 투자금액 한도 5억원 등이다.
회사 내부에서 임직원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당사에 제한된 수의 계좌를 운용하도록 하고, 거래 빈도와 금액을 제한해 투자로 인한 과도한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증권사들은 금투협이 표준화한 기준에서 가감해 내부 규정을 마련, 임직원 단속에 나서고 있다.
우선 '빅5'라 불리는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자산기준)은 대체로 금투협 표준규정보다 더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채택하고 있었다.
회전율이나 거래횟수 등은 금투협 표준을 준용했지만 거래한도는 임직원의 직전연도 연봉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혹은 연봉이 금투협 기준(5억원)을 초과할 경우 금투협 기준에 맞추도록 했다.
또 '임직원은 가족의 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 직원이 가족 명의로 혹시나 차명투자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 A씨는 "지난 2021년 동학개미 열풍이 일었을 때, 아내가 주식거래를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고 해 100만원을 주고 한번 해보라고 했다가 회사에서 즉각 통보를 받았다"면서 "사유서를 제출하고 해당 계좌는 아예 해지해버렸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직원 B씨 역시 "증권사 입사 전부터 자녀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해 우량주 위주로 가치투자를 하던 것이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후 내 휴대폰으로 자녀 계좌를 관리하려고 하니 회사 측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면서 "가족의 계좌를 증권사 임직원이 대신 관리하는 것은 일종의 '일임'이기 때문에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직원들은 아예 국내 주식거래가 전면 금지되거나 극도로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은 리서치센터 근무자의 경우 국내 주식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해외주식도 담당 종목은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NH투자증권은 운용사업부나 리서치 관련 전 직원에 대해 리포트 발간일로부터 24시간 동안 매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동일 방향 매매도 7일간 할 수 없도록 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 및 타사에 본인 자금으로 가족, 친인척, 친구, 제삼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거나 자금 이체,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면서 "그뿐만 아니라 IB·운용·리서치 등 이해상충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서의 임직원 및 가족 명의의 계좌는 타사 계좌 보유를 신고하고 매매내역까지 통지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투협 기준을 적용하거나 일부만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작은 회사가 아니라면 직원과 직원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 같은 가족 거래 내역까지 일정 기간마다 모니터링하고, 꾸준히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번에 검찰에 기소된 어모씨가 재직했던 DB금융투자와 전 직장인 이베스트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역시 해당 규정을 대체로 준수하고 있었다.
다만 DB금융투자의 경우 엄격한 제한조건을 붙이는 한에서 리서치센터 직원의 주식매매를 금지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 직원 주식거래 금지 및 금투협 표준규정 준용' 사실을 밝혀 대형사와 유사한 수준의 내부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처럼 업계가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통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결국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지인 등의 이름으로 차명거래를 하는 경우 잡아낼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은 임직원 본인이나 가족의 신고된 내역으로 모니터링할 뿐,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며 "불법을 저지르고자 맘을 먹으면 잡을 수 없는 구조라 일탈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100% 차단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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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튜버도, 불법 리딩방도, 전문가를 사칭한 사기꾼도 아니다. 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미리 주식을 사 놓고 해당 종목을 추천해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차익을 남기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21년 현직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혐의 구속수감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건이 재발했다. 증권사들의 임직원 내부통제가 허술한 것일까. 당국의 감독이 구멍난 것일까. 처벌이 한심한 것일까. <뉴스1>이 긴급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