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막은 CFD…한국에서 어떻게 몸집을 키웠나? [손엄지의 주식살롱]
대주주 요건 확대·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에 CFD 시장 커져…13개 증권사 CFD 도입
미국 시민은 CFD 거래가 원천 금지…IOSCO "CFD 투자자 보호 강화해야"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은 '차액결제거래(CFD)'로 나타났습니다. 주가조작 세력은 CFD를 통해 더 많은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주가를 펌프질할 수 있었습니다. CFD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거래가 됐고, 시장을 이렇게 키워나갔을까요?
국내에서는 2015년 교보증권이 처음으로 CFD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6월 키움증권, DB투자증권, 2019년 10월 하나증권이 진입했습니다. 현재는 총 13개 증권사가 CFD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고요. 교보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만큼 CFD 잔고도 가장 높은 증권사입니다.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CFD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주문하면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거래소에서 주문을 실행하게 됩니다. 이번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증권사를 이용하는 키움증권, 유안타증권(003470) 등이 의심받았습니다.
처음 CFD는 최대 10배 레버리지가 가능했습니다. CFD는 실제 투자상품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공매도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롱 포지션(매수), 숏 포지션(매도)을 모두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CFD로 숏 포지션을 취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네요.
무엇보다 CFD를 이용하면 대주주 양도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큰손'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소문이 났습니다. 특히 2020년 4월부터 소득세법 기준 대주주 요건이 시가총액 기준 10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CFD는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형증권사들이 CFD 시장에 진입하려고 기웃거린 것도 이때쯤입니다.
CFD는 투자자 대신 증권사가 주식을 삽니다. 그래서 실제 거래자의 정체가 숨겨지는 것은 물론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죠. 실제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주식 100억원어치가 계좌에 있어도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대주주가 되면 금융소득에 22%가 넘는 양도소득세율을 적용받는데 이 대신 CFD 거래 수수료(약 0.15%)만 내면 되니, 얼마나 이득인가요. 게다가 CFD는 만기도 없습니다. 수수료만 내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대주주 요건 확대와 함께 2019년 11월 전문투자자 요건도 완화되면서 CFD를 이용할 수 있는 투자자의 수가 대폭 늘었습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모험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투자자 기준을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이후 전문투자자 수는 2018년 2193명에서 2021년 2만4365명으로 10배 늘었습니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서 임창정 씨는 전문투자자 제도가 있음에도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만 전문투자자이지, 주식에 무지한 돈 많은 사람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주식 시장을 더 어지렵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순항하던 CFD 시장에 제동이 한 번 걸린 적 있습니다. 이른바 '빌 황' 사태입니다. '한국계 월스트리트 신화'로 불리던 빌 황의 아케고스 펀드가 CFD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가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이틀 만에 200억달러(약 26조원)를 날리며 몰락한 사건입니다. 이후 CFD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되면서 금융당국은 CFD 최대 레버리지 비율을 10배에서 2.5배로 낮췄습니다.
하지만, 국내 CFD 규제는 자본시장 선진국과 비교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내 거주자와 미국 시민의 CFD 거래를 원천 금지하고 있습니다.
CFD거래를 제일 먼저 시작한 영국에서도 CFD 운영사의 불법·부당행위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이고, 유럽에서는 CFD가 1~7등급 중 가장 위험한 7등급으로 분류돼 웬만한 개인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국제증권거래위원회(IOSCO)에서 CFD와 같은 장외거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지나친 거래 위험 등을 지적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규제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CFD 우려는 커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왜 외면하고 있었을까요. 자본시장이 선진적이지 못한데 우리는 섣불리 위험한 금융상품을 수입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벌었고, 시장의 거품은 커졌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CFD 잔고를 공시하거나, 만기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CFD가 시장을 교란시키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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