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증권사 신용융자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미수거래, 이틀 안에 주식을 팔아 돈을 갚는 초단타 거래
신용융자 담보 140% 유지해야, 주가 30%만 내려도 원금은 0원이 될 수 있어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이 10%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융자는 레버리지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법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신용융자를 쓰면 안 된다”라고 하기보다는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가세요”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용융자 이전에 ‘미수거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미수거래는 증권사에 예치해놓은 현금과 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외상으로 살 수 있는 제도입니다. MTS에서 종목 옆에 ‘증30%’라는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종목마다 숫자는 조금 다를 텐데요. 이는 30% 증거금만으로도 주식을 살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30만원으로 1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거죠. 70만원이 미수거래 규모입니다.
미수 거래는 이틀 안에 끝내야 합니다. 월요일에 샀으면 수요일에 팔아야 하는 거죠. 보통 미수거래를 쓰는 투자자는 굉장한 단타꾼이기 때문에 하루 만에 사고팝니다. 만약 결제일인 이틀 뒤에 매입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미수금만큼 계좌의 주식을 하한가로 내다 파는 반대매매를 하게 됩니다.
이제 신용거래융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증권사가 현금과 보유주식 등 일정 담보를 걸고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1~3개월짜리 중장기 거래에 신용융자가 이용됩니다. 기간을 더 길게 빌릴 수도 있고요. 물론 길게 빌릴수록 이자율을 더 높아집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증권사인 키움증권을 기준으로 보면 1~7일 사이 신용융자이자는 연 7.5%입니다. 1000만원을 7일간 빌린다면 1만4383원(1000만원*7일*7.5%/365일)을 이자로 내야 합니다. 8~15일 금리는 8.5%, 16~30일은 9.0% 금리를 적용받습니다. 이렇게 높은 금리의 신용융자를 받는 이유는 투자자들은 이보다 높은 수익률이 자신 있기 때문이겠죠?
가장 저렴한 이자율을 찾으려면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확인하면 됩니다. 다만, 이자율 산정은 ‘제차법’이 있고 ‘소급법’이 있습니다. 신용매수시점부터 상환시점까지의 융자기간을 세분화하고, 기간별로 금리를 적용하여 이자율을 계산하는 방식이 ‘제차법’이고, 전체 신용융자 이용기간을 기준으로 그 시점의 금리를 적용해 이자율을 계산하는 게 ‘소급법’입니다. 보통 소급법의 이자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신용융자는 굉장히 간단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이 은행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사실 증권사들은 주식이라는 변동성이 큰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은행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MTS에서 클릭 한 번에 몇천만 원을 빌려주는 것이니 비용이 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죠. 또 증권사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기업어음(CP) 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신용융자 금리를 책정하기 때문에 시장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어느 대출이나 마찬가지로 신용융자는 지켜야 할 담보비율이 있습니다. MTS에서 종목 이름 옆에 증30% 외에도 담보 140%라는 단어가 있을 겁니다. 이게 지켜야 할 담보비율입니다. 신용융자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는데, 자산 가치가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에선 “부족한 돈을 채워 넣지 않으면 반대매매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화하게 됩니다. 투자자는 돈을 추가로 입금해 담보를 채우든, 주식을 팔든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가가 급락할 때 반대매매가 쏟아지는 건 개미들의 신용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용융자를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는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큰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소위 ‘깡통계좌’라고 하죠. 주가가 30%만 내려도 원금은 0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구조입니다. 가령 내 돈 100만원과 신용융자로 200만원을 빌려 총 3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해당 종목이 -30%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내 돈 100만원만 투자했다면 손실은 -30만원에 그쳤겠지만, 신용융자까지 300만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은 90만원으로 커졌습니다. 신용융자를 갚고 나면 내 손에 남은 돈은 10만원뿐이겠죠.
더 위험한 건 담보유지비율을 지키지 못해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거의 하한가에 체결돼 헐값에 매도당할 수 있고, 실제 부족 금액보다 더 많은 주식이 팔려나갈 수 있습니다.
고객 등급에 따라 비율은 다르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담보비율은 140%입니다. 담보유지비율은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근저당권과 비슷합니다. 주담대를 받을 때 통상 근저당 설정비율은 120%입니다. 1억을 빌렸지만 은행에서 주택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금액은 1억2000만원이죠. 빌린 돈보다 120% 비율로 더 많이 근저당을 설정합니다. 증권사는 주식이라는 변동성 높은 자산을 담보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 비율을 140% 정도로 잡아놓습니다.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주식 1000만원어치를 사기 위해 투자원금 450만원에 신용융자로 550만원을 빌렸습니다. 550만원에 대한 담보유지비율(140%)을 적용하면, 1000만원어치 주식 가치가 77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담보유지비율이 깨져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습니다. 해당 주식이 20% 하락하면 평가금액은 800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10%가 더 하락하면 주식 가치는 720만원이 되겠죠.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전화할 겁니다. 내일까지 50만원을 더 채워넣지 않으면 주식은 반대매매 당할 거라고요. 투자자가 돈을 채워넣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에 반대매매를 당하게 됩니다.
반대매매는 당하는 것부터 손해입니다. 증권사는 해당 종목의 전일 종가 기준 하한가 수준에서 장 시작전 매도 물량을 내놓거든요. 하한가에서 결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주가 급락장에서는 15~20%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반대매매 금액은 담보 부족분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주당 1만원이었던 주식이 30% 하락하면서 7000원이 됐습니다. 주식 가치는 700만원으로 떨어져 70만원의 담보부족분이 발생했습니다. 투자자가 돈을 채워넣지 못해 반대매매를 당하게 됐습니다. 증권사가 70만원어치 주식만 내놓을까요? 아닙니다. 통상 전일 종가 7000원의 80%인 5600원을 기준으로 매도수량을 산정합니다. 반대매매 수량 계산식에 따라 총 834주를 매도하게 될 겁니다. 주식이 얼마에 얼마나 팔릴 줄 알 수 없으니까요. 반대매매 금액은 약 467만원입니다. 담보부족금액(70만원)의 약 6.8배 수준입니다.
평범한 투자자들은 신용융자를 이용한 레버리지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비단 높은 금리가 문제인 것은 아니죠. 그래도 투자하고 싶다면 차라리 개인 신용대출이 나을 수 있고요. 투자는 최대한 본인 돈으로, 다 잃어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돈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큰 욕심의 말로는 좋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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