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연 7% 원금보장 ELB에 투자해봐도 될까?
ELB는 조건 없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지급…단, 증권사 파산 시 원금 손실
증권사, 유동성 위기 속 CP판매도 부진…ELB로 유동성 마련 움직임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주식시장에서 핫한 투자상품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ELB(파생결합사채)입니다. 그동안 중위험 중수익 재테크 상품으로 주목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원금보장되는 ELS'로 불리는 ELB의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연 7~8% ELB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자 유의'를 당부하고 있는데요. ELB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 때문에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요?
파생결합사채라고 하면 주가 연계형과 원자재 등으로 구성된 기타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LB가 주가연계형, DLB가 기타 파생결합사채입니다. ELB는 '사채'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본질은 채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기초자산에 수익률이 연동된다는 점에서 ELS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ELS는 원금 보장을 약속하지 않죠. 6개월 내 기초자산이 10%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연 6% 수익률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조건'이 있습니다. 반면 ELB는 조건 없이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준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중도 상환 시 이자를 주지 않고, 수수료를 제외하면서 원금 손실도 있었는데, 최근에 나오는 증권사 ELB는 중도 상환 시에도 원금과 일정한 이자를 주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원금 보장이 된다는 장점에도 ELB는 ELS보다 수익률이 낮고, 수익을 얻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요. 최근 채권 이자율이 높아졌고, 연말 퇴직연금 기금의 원금 보장형 상품 투자가 늘어나면서 ELB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ELB는 어떻게 운용되길래 원금과 이자를 모두 준다고 할까요? 우선 ELB는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를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1억원 중 9999만원을 채권에 넣고, 1만원을 복권에 넣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복권에 당첨이 되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돌려 주고, 안 되면 9999만원을 투자한 채권에서 나오는 수익률로 원금과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면 되는 거죠.
최근 BNK투자증권이 발행한 연 7.150% ELB를 보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주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5배를 넘으면 수익률 7.151%를 제공한다고 조건을 걸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 주가가 1년 새 5배 오를 리도 없는 데다, 그렇다고 해도 수익률은 0.001%p 높아집니다. 기초자산의 움직임이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증권사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연 7%가 넘는 수익을 내야 합니다.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기 위해서는요. 금감원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지금이야 채권 금리가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하나, 나중에는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는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고, 파산에 이를 수 있고, 투자자는 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증권사들은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ELB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기관에 팔고, ELS와 같은 인기 상품을 판매하면서 유동성을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관들이 증권사 CP를 사려고 하지 않는 데다 ELS 판매도 저조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거죠. 즉, 기관들에 팔지 못한 증권사 채권을 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유동성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고요.
ELB의 원금 손실 가능성은 단 하나. 증권사의 파산입니다. 원리금 상환 여부는 기초자산의 건전성과는 무관합니다. 우량 기업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하지만 원리금 상환 여부는 발행사의 지급 여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의 파산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볼 수는 없겠죠. 은행 예금은 5000만원까지는 보호받을 수 있지만 증권사 상품 손실은 1원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원금 보장형 상품이 연 7% 금리를 보장해주는 건 새로운 투자 기회이기도 합니다.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운용 구조를 파악했다면 건전한 증권사에서 나오는 ELB를 퇴직연금에 담아 운용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 상기하시고요.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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