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2300원→30만8000원 '신흥재벌' 만들었던 새롬기술은?

유명 배우·굴지의 대기업도 투자…1년 새 주가 150배 상승
유동성·정책적 지원·신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과도하게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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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재벌집 막내아들 속 작전주 '뉴데이터테크놀로지'는 재벌집 고명딸 진화영(김신록 분)을 나락으로 보냈습니다. 뉴데이터테크놀로지는 과거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요. '신흥 새롬재벌'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지금은 IT버블의 상징으로 자리한 새롬기술은 어떻게 주가가 상승했을까요.

새롬기술은 1993년에 설립된 벤처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당시 공모가는 2300원이었는데 상장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0년 5월 주가는 30만원을 찍습니다. 2001년 6월 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지난 99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새롬기술은 공모가보다 무려 150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새롬기술의 급등은 '유동성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주식시장은 크게 빠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당시 김대중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펼쳤습니다. 금리도 낮춰주며 자금 지원에 힘썼고요. 당시 '바이코리아 펀드'와 같은 애국 펀드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투자 자금도 넘쳐났습니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애플과 같은 IT 업체들의 주가도 크게 상승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때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사업모델로 가진 기업들이 크게 올랐습니다. 당시 골드뱅크라는 기업은 16일 연속 상한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리드코프는 4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넘쳐나면서 상한가를 부르지 않으면 체결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상한가에 체결만 되어도 다행이었다고 합니다.

새롬기술은 '인터넷 무료전화'라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어린 친구들은 "무료 전화가 왜?"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분 단위로 전화 통화에 비용이 붙었습니다. 국제전화 통화료는 미국 기준 분당 300원, 중국은 분당 7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이용해 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니요. 지금으로 치면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P2E 게임의 등장과도 같았겠네요. 새롬기술의 주가는 쉼 없이 올랐습니다.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은 한때 2조3500억원을 기록, 현대중공업을 넘어 재계 7위까지 올랐습니다. 순이익 4억원, 종업원 45명의 중소기업이 주가수익비율(PER) 8000배를 넘어서는 고평가를 받았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감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대출을 잔뜩 끼고 있던 IT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한 것입니다. 당시 아마존도 2년 동안 95%가 빠졌고, 나스닥은 70% 넘게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IT 기업들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죠.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졌습니다. 이제는 매도세가 몰리면서 무조건 하한가에 주문을 넣어야 겨우 체결이 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롬기술은 경영진의 부정이 드러났습니다. 새롬기술의 자회사이자 미국에 상장한 다이얼패드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임원진은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그리고 2002년 당시 기사 제목을 보면 △새롬기술, 수요부족으로 사업전망 불투명 △새롬기술 투자자 '폭탄' 주의보 △새롬기술 주식 불공정거래 수법 등 악재 기사가 쏟아졌고, 30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5000원대로 곤두박칠 쳤습니다. 새롬기술에 투자했던 삼성전자가 400억원이 넘는 장부상 손해를 입게 됐다는 기사도 있네요.

새롬기술에 앞서 코스닥 시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닷컴버블 당시 700포인트 수준이었던 코스닥은 2000년 2월7일 2834포인트로 1년 만에 4배 올랐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2000년 말에는 525포인트로 무려 81.5% 폭락합니다. 코스닥 지수가 너무 많이 하락하면서 한국거래소는 2004년 코스닥 기준지수를 100에서 1000으로 올렸습니다.

새롬기술의 이야기에 다른 종목을 넣어도 비슷할 것 같지 않나요? 지난 코로나19 이후 넘치는 유동성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주가가 크게 올랐던 기업들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자 밑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고요.

주식시장의 역사는 반복됩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이 빠지고 나면 발가벗고 수영하는 사람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