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공동투자 완판 비결?…김재욱 대표 "핵심은 좋은 작품"

열매컴퍼니의 아트앤가이드…조각투자 업계 선도
수수료 없이도 실적 개선세…"미술금융시장 개척"

김재욱 열매캠퍼니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아트앤가이드 작품 전시관 '취화담'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무엇보다 사실 저에게 너무 필요한 플랫폼이어서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트앤가이드 작품 전시관 '취화담'에서 진행한 뉴스1 인터뷰에서 미술품 공동구매 사업에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2016년 열매컴퍼니를 세우고 2018년 국내 첫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를 만들었다.

최근 '조각투자' 분야가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처음 미술품 공동구매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할 당시에는 주변에서 만류도 많았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구매하는 공동구매 방식이 개인 소유 인식이 강한 미술품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평소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그림이 너무 사고 싶은데 직장생활을 하는 연봉소득자가 가진 부는 한정돼 있다"며 "유명작가 작품을 사고 싶은데 비싸서 못 사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트앤가이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자신과 동일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은 적중했다.

아트앤가이드에서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구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동구매자 모집이 완료되는 경우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김 대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유명작가 미술품을 개인이 직접 옥션이나 갤러리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재욱 열매캠퍼니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아트앤가이드 작품 전시관 '취화담'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4년간 총 164점 공동구매 진행…60% 이상 재매각 성공

열매컴퍼니는 첫 공동구매 작품인 김환기 화백의 '산월'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총 164점을 공동구매했다. 금액으로는 4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공동구매 작품 중 현재까지 재매각한 작품은 100점에 달한다.

김 대표는 "평균 가격상승률 29%를 달성한 점도 투자자들이 아트앤가이드를 신뢰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지난 2020년 공동구매를 진행한 이우환 화백의 '동풍'은 15억9500만원에 공동구매한 뒤 1년5개월 만에 22억원에 매각해 3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잇따른 공동구매와 재매각 성공에 힘입어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매출액이 171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년도 31억원에서 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매출액 178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었다.

투자 유치도 2021년 94억원 규모 시리즈A에 이어 올해 3월에는 170억원 규모 시리즈B까지 순조롭게 완료했다. 시리즈B에는 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해 DS자산운용, KT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롯데렌탈 등이 참여했다.

사업을 처음 구상했을 당시는 은행권과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아트펀드 등 미술품 관련 금융상품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실패한 시기였다.

김 대표는 "미술품 투자에 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미술품 가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방식이나 금융과 미술을 동시에 경험한 펀드매니저가 전무했던 시기라 오히려 기회로 봤다"고 밝혔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그는 미국계 사모펀드를 거쳐 간송미술관에서 일하면서 금융과 미술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제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면서 거래수수료를 낮추고 미술품으로 높은 환금성과 수익률을 달성하면 미술품이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 대체투자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욱 열매캠퍼니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아트앤가이드 작품 전시관 '취화담'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수수료 받지 않고 함께 공동투자 참여

실제로 열매컴퍼니는 공동투자 진행에서 투자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점도 다른 업체와 차별되는 대목이다.

공동투자가 진행될 때 회사도 함께 공동투자자로 작품 구매에 참여하며 재매각 때 얻은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 회사가 개인 공동투자자들과 운명공동체가 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지닌 문제는 '수수료 받으면 그만'이라는 점인데 그게 너무 싫었다"며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회사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회사도 공동구매에 직접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열매컴퍼니가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는 "유명작가 작품을 공동구매하는 것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정 자금만 있으면 얼마든 진행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공동구매한 작품을 재매각하는 것은 매입단계부터 판매까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열매컴퍼니는 공동구매 작품을 사내 가격산정시스템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우선 선별한다.

국내외 갤러리, 옥션, 딜러의 판매리스트를 확보해 매월 500건 이상을 대상으로 적정 가격을 산출하고 이후 전문가로 구성된 매입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다. 매입심의위는 1차 과반수 합의, 2차 전원합의로 작품 매입을 결정한다.

김 대표는 "거시경제 상황과 매입 작품의 하방 경직성 여부, 작가의 전시 계획, 딜러와 시장의 평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며 "작품은 수익성을 고려해 대부분 국내외 옥션 낙찰률이 70% 이상인 작가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술품 공동투자에서 핵심은 좋은 작품을 고객이 합리적 가격에 사도록 하고 좋은 가격에 재매각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술품이 아닌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면 사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재욱 열매캠퍼니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아트앤가이드 작품 전시관 '취화담'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미술시장 성장 뒷받침하는 미술금융시장 목표

열매컴퍼니는 지난 6월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사업 확장을 모색 중이다.

기존 미술품 공동투자 플랫폼을 계속 운영해나가면서 동시에 규제 샌드박스 안에서는 작품 렌탈 서비스나 개인 간 미술품 공동소유권 거래 서비스 등도 시도해본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올해 안으로 해외법인 설립을 완료한 뒤 내년 글로벌 플랫폼 출시도 계획 중이며 내후년에는 상장도 목표로 잡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미술시장이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미술금융시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에 한 번씩 반짝 떴다가 오랜 침체기를 겪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술품 공동구매뿐 아니라 미술시장에 보다 높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미술금융시장을 개척하고 한국 미술시장을 아시아 중심으로 설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