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수혜라더니…널뛰는 탄소배출권 ETF, 가격 조정 넘을까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ETF, 한 달간 -16.84%
유럽발 에너지 대란 우려…"시장 상황·정책 우호적…중장기 상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힘입어 순항하던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 탄소배출을 제한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 효과도 무색한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조정을 거친 만큼 반등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여간(8월16일~9월13일)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16.84% 하락했다. 상장된 598개 ETF 중 가장 큰 낙폭이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는 15.24% 하락하며 뒤를 이었다. 두 상품은 유럽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탄소배출권에도 투자하는 글로벌 상품들도 부진했다.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은 8.7%를 떨어졌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크레인 쉐어즈 글로벌 카본 스트레티지(KRBN)'은 17.9% 하락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배출권을 확보한 기업들은 할당 범위 내에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데, 할당량을 넘으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17일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담은 IRA가 제정되면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됐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제시한 IRA가 시행될 경우 탄소배출권 거래 증가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의 사분의 삼을 차지하는 유럽 내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영국 런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럽탄소배출권 12월물 선물(CFI2Z2) 가격은 66.19유로로 연중 최고점이던 9월19일(98.43유로) 대비 32.75% 하락했다.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공급량 축소로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이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해 가스 사용을 줄이기로 한 결과다.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숄츠 독일 총리와 에너지 협력을 결의한 데 이어 자국 내 사용량 10%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남서부 베르사유궁 인근 만찬장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맞고 있다. 22. 7. 19.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지난해 고공행진을 이어온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와 미국발 긴축 움직임으로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겪고 있다. 1월초 90유로를 넘은 이후 3월 55유로까지 떨어진 뒤 6월 재차 90유로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EU 차원에서 가격을 관리하는 탄소배출권 특성상 최근의 급락세는 과하다고 본다.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 국경세, 항공운송 등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이라는 점도 가격 안정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EU 경기 둔화 우려는 전쟁 이후 가중되어 왔지만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 것은 공급량 조절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단기 이슈가 아닌 시대적 흐름인 만큼 단기 가격 조정을 거쳐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 12일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하루 만에 8.8% 올랐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ETF컨설팀장은 "유럽 탄소배출권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가격 부담과 EU의 안정화 조치 등으로 단기간 조정이 있었다"면서도 "천연가스 가격 급등 흐름과 신재생, 대체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의 탄소배출권 목표 상향 등 정책적인 강화에 힘입어 시장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으로 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만큼 중장기 상승 요인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