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밸류, 온도차 커진다"…냉랭한 시장에 '상장 철회설'

"시장 4조 vs 회사측 7조"…"내년도 장담 못한다" 시각도
"상장 연기 후 추가 유상증자로 방향 전환 할 수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서울=뉴스1) 강은성 정지형 기자 =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이 연기될 수 있다는 시각이 시장에서 짙어지고 있다. 시장에서 책정한 회사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와 회사가 원하는 가치의 격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상장시 시가총액은 최대 4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시총은 4조원 정도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케이뱅크 측은 최소 7조원 이상의 밸류를 원하고 있는 상태여서 갭(격차)이 너무 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이후로 상장을 연기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수요예측 △일반 공모청약 등을 거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거래소의 심사는 이론적으로 45거래일이 소요된다. 단 거래소측에서 요구하는 자료 등이 미흡할 경우 심사 기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회사의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회사가 자료 제출을 미루는 방식으로 일부러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12월에 신청한 심서청구가 6월에야 나오면서 6개월이라는 기간이 걸렸는데, IB업계에선 '현대오일뱅크가 상반기 IPO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일부러 자료 제출 등을 지연시켜 심사를 늦게 받았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6월에 심사를 신청한 상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 이달 중 예심 결과가 나와야 한다.

케이뱅크는 당초 기업가치가 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한발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를 비교기업으로 삼았는데,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에서 50% 할인을 적용하면 7조5000억원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케이뱅크가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평가받은 케이뱅크의 밸류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새롭게 합류한 주주로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다만 이중 7250억원어치 투자지분은 케이뱅크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회사가 주식을 되사는 '매도청구권' 조건이 붙어있어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케이뱅크가 은행업 영위를 위해 자기자본비율(BIS)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상장을 통해 자기자본 확충을 확정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매각청구권의 경우 실행기한이 2026년까지이기 때문에 굳이 시장 상황이 극도로 나쁜 현 시점에서 상장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 상장을 철회한다면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 경영진은 물론 모회사 BC카드와 KT까지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상황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KT 대표가 내년 임기 만료와 함께 연임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KT 기업가치 상승과 실적 상승, 콘텐츠 및 클라우드 등 탈통신 확대를 통한 기업 체질개선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아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엄혹한 자본시장 환경을 무릅쓰고 상장을 강행해 흥행에 참패하는 등 '오점'을 남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어급 IPO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해 현재 시장은 'IPO 빙하기', 혹은 'IPO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구 대표가 연임을 확정한 이후 내년 상반기나 중반 쯤 상장을 재 추진한다면 '희소성'을 엎고 흥행에도 성공을 거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 자본시장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고 기업가치를 크게 낮춰서라도 상장을 하는 것이 답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는 22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쏘카도 IPO 과정에서 올해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 설득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컬리도 현재 적자 상태로 쏘카와 펀더멘털 측면에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많은 기업이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데 문제는 내년에도 시장이 좋아질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올해 상장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