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주가 급락의 원흉’ 블록딜, 안 하면 안 되나요?
이용우 의원 법안 발의 "주요주주 주식 매도 전 사전신고 의무화해야"
'명분' 있는 블록딜은 주가에 악재 아냐…블록딜 두려워 않는 자본시장 만들어야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카카오페이, 롯데칠성 등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그저 당할 수밖에 없는 블록딜 제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지난해에도 두산퓨얼셀, SK바이오팜, 하이브, JYP 등이 블록딜을 하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인 바 있습니다. 블록딜은 시장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블록딜 후 주가 급락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블록딜을 직역하면 한 덩어리(block)와 거래(deal)입니다. 한 덩어리, 즉 대량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워낙 많은 양의 주식이기 때문에 주식을 살 사람을 미리 찾아 놓습니다. 또 많이 파니까 가격도 깎아줍니다. 한 주주가 블록딜을 하겠다고 한다면 매각 주관사를 통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하고, 할인율을 정합니다. 통상 3~8%의 할인율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이보다 많이 할인한다면 “지금 가격이 기관투자자에게 크게 매력이 없나?”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블록딜은 장이 끝난 후이거나 장이 시작하기 전 시간외 거래에서 이뤄집니다. 만약 장중에 많은 매도 물량이 나오면 어떤 주식이든 하한가를 갈 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장이 끝난 후 ‘그들끼리’ 거래가 이뤄집니다. 특정된 제3자에게 넘길 수도 있고, 주식을 원하는 다수 기관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블록딜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재입니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주주라면 회사의 사정을 빤히 아는 사람일 텐데 대량의 지분을 매도한다? 현재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 매물이 나오면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겠죠. 만약 단순히 집주인이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가장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파트에 문제가 있는 거라면 다른 동호수의 아파트 가격도 우수수 내려가겠죠.
게다가 블록딜이 이뤄지면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주식이 풀리게 됩니다. 해당 물량을 받은 기관투자자들은 언제든 그 주식을 시장에 매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유통 주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악재에 개인투자자들은 즉각 대응할 수 없습니다. 블록딜이 이뤄지는 걸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블록딜이 이뤄지고 나서도 바로 내용이 공시되지 않습니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삼성전자, 카카오페이 같은 경우는 블록딜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소문이 나기 마련이지만, 일반적인 기업들의 블록딜은 기습적으로 이뤄집니다. 지분 변동 공시는 결제일을 기준으로 5거래일 이내에만 하면 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요주주가 기습적으로 지분을 매각하지 말고, 시장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 계획을 공유한 후 블록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권상장법인의 주요주주가 발행주식 총수 1% 이상의 주식을 장내 매도(블록딜 포함)할 경우 사전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한 상황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 미국에서는 주요주주의 주식매도에 대해 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사전거래계획서도 제출한다고 하지만 상당히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또 블록딜 관련 공시 의무가 강화되면 주요주주는 지분을 불록딜하는 것보다 장 중에 매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리 블록딜 계획이 알려지면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해 하락할 수 있고, 그러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블록딜은 ‘단기적’으로는 악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기업의 실적, 미래 성장성이 담보된다면 블록딜 이후에도 주가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7월 박진영은 JYP 지분 일부를 블록딜했는데, 그 이후에도 주가는 오히려 45% 상승했습니다. 대체불가토큰(NFT)를 위한 두나무와의 지분 교환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블록딜의 '명분'이 시장에 잘 설명되었고, 실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SK바이오팜은 지난해 2월 블록딜이 이뤄지기 직전 가격(14만7500원)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블록딜은 오히려 시장에 출회될 수 있는 대량의 매물을 시간외거래 시간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악재를 미리 알고 주요주주나 경영진이 손실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블록딜이 이뤄지는 건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블록딜 직전 공매도가 늘어나는 현상 등도 시장이 빠르게 적출해야 합니다. 명분 있는 블록딜은 주가에 악재가 아닙니다. 블록딜에 대해 투자자들이 무조건 두려워하지 않는 자본시장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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