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구주매출 너무 많아"…수요예측 부진에 공모 철회

우리 사주 청약도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현대엔지니어링, 장외 가격도 12만원→6만원대로 '뚝'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 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이 상장 철회의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생한 아파트 사고 등으로 건설업 전반에 대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구주매출 비중이 75%에 달한다는 점을 리스크로 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시장 가격도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28일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시를 통해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 예측을 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공모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25~26일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 경쟁률은 100대 1미만으로 공모가 희망밴드(5만7900~7만5700원) 하단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산, 자본, 부채와 같은 재무제표는 상당히 견실하지만, 건설주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태에서 구주매출이 높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또 6개월 이후 쏟아질 수 있는 특수관계인 지분도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IPO를 통해 총 1600만주를 공모물량으로 내놓았는데 이 중 75%인 1200만주가 구주매출이었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34만주, 정몽구 명예회장이 142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놨다.

통상 기업들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 미래 사업에 투자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사용하는데, 정작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통해 거둬들이는 자금은 3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신 정의선 회장이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4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이 1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 조합 청약에서도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신청을 받았지만 상당히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원들도 회사에 투자하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공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모 청약 시기도 좋지 않았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발 긴축 우려에 부진을 겪고 있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도 악화된 상태다. KRX건설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11% 넘게 하락했다.

특히 장외시장에서 지난해 말 12만9000원까지 올랐던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HDC현대산업개발 사고 이후 수직하락해 현재 6만80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사고 관련 리스크는 건설업 주가 측면에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밸류에이션 할인은 건설사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