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엔씨소프트 슈퍼개미는 돈을 벌었을까?

옵션 만기일에 대량 매수 상한가 견인…콜옵션 보유했다면 대규모 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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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하루에만 3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은 엔씨소프트 슈퍼개미가 화제입니다. 슈퍼개미는 3거래일 만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대부분을 청산했는데요, 그래서 다음 이슈는 “슈퍼개미가 돈을 벌었을까?”였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면 누구는 최소 300억원을 벌었다고 하고, 누구는 500억원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더라고요. 이는 그의 평균 매수 단가, 평균 매도 단가를 알아야 할 텐데 유추하긴 어려운 문제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의 이해 안 되는 매매행태에 대해 또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바로 콜옵션을 샀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콜옵션은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싸게 살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엄청난 돈을 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날 엔씨소프트는 상한가를 쳤습니다.

선물 옵션 투자로 어떻게 돈을 버는 건지, 오늘은 선물 옵션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고구마밭이 있습니다. A 씨는 3달 뒤 고구마 1kg을 1만원에 사겠다고 밭 주인과 약속합니다. 현재 시세는 1kg에 8000원 정도입니다. 3달 뒤 이상 기후로 고구마 가격이 급등했고 1kg에 1만5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밭 주인은 3개월 전 A 씨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1kg에 1만원에 고구마를 넘깁니다. A 씨는 5000원의 수익을 얻게 됐습니다. 이게 바로 선물 거래입니다.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등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 인수할 것을 약정한 거래를 말합니다.

옵션도 선물과 비슷합니다. 미래 특정 시점에 금융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콜옵션) 매도할(풋옵션) 권리입니다. 다만 선물과 달리 권리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쿠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1000만원짜리 샤넬백을 800만원에 살 수 있는 100만원짜리 쿠폰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당연히 100만원을 주고 쿠폰을 사겠죠? 그런데 한 달 뒤 샤넬백 가격이 700만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100만원짜리 쿠폰으로 800만원을 주고 샤넬백을 살 건가요? 아니면 100만원짜리 쿠폰을 포기하고 700만원을 주고 가방을 살 건가요? 당연히 후자겠죠? 콜옵션 권리를 포기하면 투자금의 100% 손실을 봅니다. 반대로 한 달 뒤 샤넬백이 1200만원이 됐다면 300만원의 이익을 봤을 겁니다. 이 경우 콜옵션을 행사합니다.

자, 그럼 선물 옵션 만기일에 변동성이 커지니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선물과 옵션은 만기일이 존재합니다. 선물 만기는 석 달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3, 6, 9, 12월이고, 두 번째 목요일입니다. 미국은 같은 달 세 번째 금요일입니다. 옵션은 매월 두 번째 목요일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그럼 선물과 옵션의 만기일이 같은 날이 1년에 네 번이 있습니다. 이때를 우리가 ‘네 마녀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네(4)’라는 것은 주가지수 선물, 주식 선물, 주가지수 옵션, 주식 옵션 4개를 의미하고 ‘마녀’가 붙은 것은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변동성이 큰 이 날의 주가 흐름과 비슷해서 사용되는 말입니다.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선물과 옵션은 먼 이야기일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증거금이 필요하고,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선물의 경우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들은 선물 옵션을 현물만큼이나 많이 거래합니다. 만기가 돌아오면 외국인과 기관이 가지고 있는 선물과 옵션을 무조건 처리해야 합니다. 외국인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을 대거 샀다면 현물을 대거 팔아 지수를 끌어내리려고 할 겁니다. 반면 기관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선물이 있다면 현물을 대거 매수해 지수를 끌어올리려고 하겠죠. 큰 손 외국인과 기관의 겨루기가 시작됩니다. “잘 봐, 돈 있는 자들의 싸움이다”가 되는 겁니다. 우리 같은 개미들의 자금으로는 절대 시장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선물 옵션 만기일에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엔씨소프트 슈퍼개미는 돈을 벌었을까요? 마침 그가 현물을 대량 매수한 날이 11월 11일 옵션만기일이었습니다. 그가 한 달 전 엔씨소프트 콜옵션을 사들였다면 주가가 올라야 이익입니다. 그래서 그가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고, 콜옵션을 행사했다면 큰 이익을 얻었을 겁니다. 현물 거래가 중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파생상품 물량도 많지 않고, 시장 전체의 옵션거래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슈퍼개미가 왜 엔씨소프트에 투자했고, 매도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