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엄지의 주식살롱] 매도는 없는 증권사 보고서 믿어도 되나요?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증권사의 기업보고서의 90%가 '매수' 보고서입니다. 해외 증권사에서는 '매도' 보고서가 많이 나오는데 유독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을 사라고만 하는 것 같죠.
금융당국도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손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매도 보고서 비율을 공시하게 하고, 목표가와 현재가의 괴리율을 투자보고서에 넣도록 했습니다. 적절하게 매도보고서가 나와야 매수보고서의 신뢰도 더 높아지니까요. 하지만 수년째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47개 증권사가 최근 1년간 발간한 기업보고서의 81.1%가 '매수' 보고서였습니다. 이마저도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42.7%), 골드만삭스증권(50.2%), 제이피모간증권(51.3%)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빼면 그 비중은 90%까지 늘어납니다. 10개 중의 9개는 '매수' 보고서인 겁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수 보고서만 내는 고질적인 문제는 영업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뿐만 아니라 기업의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A증권사가 B기업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내서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면 B기업이 A증권사를 곱게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B기업이 "이제 A증권사랑 업무하지 말자. 우리 계열사 일도 A증권사엔 안 맡겨"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으니 증권사들이 눈치를 본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은근한 압박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합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때 부정적인 문제에 대해 유독 국내 리서치보고서가 조용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은근한 압박'이나 '자기검열'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도 보고서를 내고 나면 해당 기업은 물론 계열사의 탐방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증권사 기업보고서의 역할을 상기시켜보면 "영업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소신있는 보고서를 내놔야 하는 거 아니냐. 해외 증권사들은 영업을 안 해서 매도 보고서를 내냐"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기업보고서는 '무료'라는 점이 해외와는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이를 유료화해야한다는 말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정서상 그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헤지펀드' 시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매도 보고서가 누군가에겐 투자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드물다고 보고서 '내용의 질'마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엉덩이가 무거우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부지런히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려고 기업의 문을 두드립니다.
애널리스트에게 출퇴근 시간을 물어보니 "새벽에 출근해서 일 끝나면 집에 가는 거죠"라고 하더라고요. 적어도 애널리스트가 발로 뛰어 얻어낸 숫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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